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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1.16 축구는 '공중 도덕'이 아닙니다

최근 수원시의 프로 야구단 유치와 관련한 이슈들은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재낀 느낌이 든다. 상자 속에 들었던 축구팬들의 야구에 대한 증오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내 상식선을 넘어선 기류들이 느껴지긴 했으나 구심점을 만난 증오들은 한층 더 격렬해 지고 있다. 뭐 아직은 온라인에서 느껴지는 기류들이긴 하지만 같은 시내라도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돌아다니다가는 린치를 당하는 구역이 있다는 일부 유럽 축구의 분위기 처럼 조만간에 야구 응원단과 축구 응원단이 부딛쳐 싸움이 났다는 뉴스를 듣게 될것만 같다. 이런 분위기는 흡사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비난과 비하, 김여사 드립을 비롯한 여성 비하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라도 드립과도 일맥 상통하는 듯한;;;


1.'축구'가 공중 도덕?

 일부(?)에게 '빠따'라는 단어는 (체벌 혹은 폭력을 가할 때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야구라는 종목 및 그 종사자를 비롯한 팬덤을 지칭하는 욕설처럼 쓰이고 있다. 그저 기혼 여성에 대한 존칭이던 '여사'가 '무개념 운전 미숙 여성'의 대명사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대부분 '김여사 드립'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도 뭘 잘못했는 줄도 몰라 해를 끼치는 사람에 대한 질타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빠따 드립'은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에서 부터,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현대사적 의미, 한국 야구계와 방송간의 유착이라는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막론하고 이어 지며 결론은 대개 '하여간 빠따는 사회악'정도가 된다. 


 그런데 가만, 축구 팬들이 이다지도 당당한 이유는 뭘까?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이지 않는가? 단지 취향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야구를 보고 누군가는 축구를 볼 뿐이다. 그럼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종목이 성장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다른 종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독기를 품고 증오한단 말인가? 물론 외국 노동자나 여성에 대한 비하 역시 별 맥락없이 그 증오가 증폭되어 퍼져나가고 있지만 이들이 생활의 반경안에서의 분노의 대상인 반면에 축구와 야구는 아무리 잘 봐줘도 그저 유희의 장이다. 스트레스 풀자고 즐기는 장에서 그저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지거리를 한다는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심지어 속마음을 들키고 말았다는 부끄러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당당하기가 이를데 없는 모습이니 말이다. 마치 공중 도덕을 어긴 사람을 훈계라도 하는 자세 같다.



2. 'MB'의 추억


                                        <출처는 K리그 막장툰 | 울산 현대 아챔 우승 축전. 문제시 삭제.>


문제는 그저 흘려버려도 무방할 수 많은 '네티즌'들의 댓글하나 게시글 하나 뿐 아니라 제법 의견에 책임을 물을 레벨의 '축구인'들 까지 이런 흐름에 은근 슬쩍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은 '비가 와야 중계가 되는 서글픈 현실...'[각주:1] 정도의 트윗 내용에 가까우나 이런 가벼운 수준의 언행 조차도 축구와 야구를 대척점에 놓는데 적지않게 기여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종종은 이런 내용의 컨텐츠(K리그 막장툰 | 울산 현대 아챔 우승 축전)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경우마저도 있다. b급 정서의 거친 언행 자체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K리그를 음해하는 세력으로 당당하게 야구인을 내세운 걸 보라. 거기다 '빠따 방송국'으로 낙인 찍힌 MBC는 축구팬들에게 '엠비'와 같은 존재가 된지 오래 되었다(이런 씻을 수 없는 모욕이;;;). 그리고 밑에 이어지는 댓글은;;;


잠깐 MBC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면, 일단 K리그 중계를 잘 안해 준단다. 그래서 빠따 방송국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중계도 한단다. 그래서 빠따 방송국의 지위를 완전히 굳혔다. 그 흥행 실패한 아시안 시리즈 결승까지 공중파에서 생중계를 했으니 화룡점정. 그 와중에 유럽축구 중계는 별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유럽축구에만 관심을 뺏긴 '유럽 축구 빠돌(순)이'들은 빠따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와 K리그 발전에 암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이슈를 잡아먹어 오히려 한국 야구리그에는 별로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로 봐야 하겠지만 그런건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닌듯 하다. 빠따는 그저 빠따일 뿐이니까.


 그러나 이들이 놓치고 있는건 SBS가 스포츠 컨텐츠 확보에 역점을 두고 상당히 과감한 행보들을 벌이고 있고 나머지 두 방송사들은 다른 플랫폼의 방송국들의 출현과 더불어서 이 환경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SBS의 지난 행보를 보자면, 공중파에선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의 독점 방송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고'를 쳤고,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는 그 즈음해서 박주영이 뛰는 프랑스 리그와 박지성과 이청용이 뛰는 잉글랜드 리그와 기성용과 차두리가 뛰는 스코틀랜드 리그까지 전 해외파를 아우르는 중계를 했다.[각주:2]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송국에선 손놓고 SBS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는거고 다른 컨텐츠가 필요해졌다. 그 뒤로 메이저리그를 다시 중계하기 시작한 MBC 케이블 방송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빠따방송국이라는 비난이 한층 더해졌던거다. 그 와중에 분데스리가를 중계하다가 새로운 시즌의 계약에 실패하자 축구 방송을 줄이고 야구 방송을 한다며 비난을 받으니 '유럽 축구 중계'를 줄였다고 '빠따 방송국'이 되는 아이러니 한 순간이다. 



3. 핵심은 'FC 코리아'의 부작용

이렇게 축구 팬들이 당당한 이유중의 하나는 축구라는 종목이 야구라는 종목에 비해 '세계성'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인걸로 보인다. 빠따 드립에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축구는 세계인이 즐기는데 야구는 몇 나라 하지도 않는 스포츠이고, 그 경쟁 치열한 속에서 (심지어 빠따들의 공세속에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축구는 국제 대회에서 나름의 성적을 거두어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속에 드높이고 있으나 몇 나라 하지도 않는 야구는 올림픽에서 조차 퇴출될 정도니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드높일 가능성 같은건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리그의 경기 중계는 K리그가 아니니 '축구 중계'로  쳐주지 않으면서, 왜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면서는 '국위선양'을 당당하게 그 맨앞에 세우는 걸까? 해외에서 뛰며 성적을 내는것이 해외에 코리아의 이미지를 드높이는데 더 효과적일텐데 왜? 아, 리그의 경쟁력도 세계속의 경쟁에 포함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국가대표 성적과 리그의 경쟁력은 어느 쪽이 비교 우위의 전장일까? 거의 빠따와 동급으로 취급받는 '월드컵 때만 붉은 악마'임을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리그 쪽을 우선으로 두는게 '진정한 축구팬'이겠지? 그런데 그 판단은 또 누가 내리는거??? 이렇게나 뒤죽박죽인 기준을 좀 보라. 국가대표 성적 위주의 정책이나 관심 집중이 자기가 좋아하는 K리그에 안좋은 영향이 있을 때는 국민들의 생활속에서 기능해야 할 프로 스포츠를 일종의 '국가주의'가 훼손한다며 비난하면서, 중계등의 경쟁에서 다른 종목과 맞붙을 때는 '국위선양'을 이유로 다른 종목을 비하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도대체 '축구'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적어도 축구가 아니니 증오를 보내는 입장이라면 자기들이 생각하는 축구가 뭔지 그 노선 정도는 정해야 하지 않을까? '국위 선양'에 힘을 더할 국가대표 팀(만)의 팬들을 안고 가던지, 프로스포츠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는 야구에 대해 비 이성적인 비난을 그만 두던지.



4. FC코리아와 K리그의 괴리





                     구 전남도청

                              광주 광역시청



 이 논란에서는 한국에서 축구 국가대표 경기와 리그 경기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는게 가장 먼저 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하는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에 관심을 쏟고 자기 동일시를 했던 역사는 세대를 불문하고 이어져 왔으나, K리그가 제대로 된 연고 의식을 갖춘건 그에 비하면 한 반토막 (냉정하게 보면 1/3 토막) 정도의 역사 밖에 되지 않은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그럴만한 팀 역시나 거의 전국적인 범위로 퍼져서 생겨난건 최근의 일이라는 점도 큰 이유일 테고. 관에서 제멋대로 지은 시청 건물 같다고 할까? 우리 시의 상징이라고는 하는데 도무지 우리 시의 정체성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 그런데 그 시청 건물이 20년,30년이 지나면 단순히 익숙해 지는 차원을 넘어 크고 작은 역사와 함께한 '현장'이 되는거고 그렇게 된 이후라면 단지 건물의 단계를 넘어서 시의 상징이 되는 거다. 국가대표 축구팀은 이미 그런 지위를 획득했으나 그에 비하면 신축 건물에 가까운 K리그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단계라 볼 수 있다. 물론 각종 미디어의 관심이나 자본의 집중이 따른다면 그 시간을 줄일 수도 있겠으나, 새 건물의 생경함을 줄이고자 영화도 강제로 시청에서만 틀고 시장도 강제로 시청 앞 광장에서만 열도록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동의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야구가 비교적 안정적인 지위를 갖추고 있는 이유도 팀과 자기를 동일시 해서 응원하는 역사가 탄탄하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타이거스와 라이온스가 라이벌 팀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뭘까? 반면에 광주FC와 대구FC가 붙었을 때는 별 말이 없는건? (지금은 거의 불리지 않지만) '목포의 눈물'이라는 구슬프기 이를데 없는 노래가 타이거스의 응원가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또 뭘까? 시즌 중에는 거의 매일 열리는 야구 경기지만 유독 5월18에는 타이거스의 광주 홈경기가 몇년동안 열리지 않았던 우연에는 또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3S정책의 대표격이 프로야구가 아니겠냐며 그 혈통을 문제 삼지만 누구도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시구자가 누구였는지 잊지 않고 있다. 마치 '시청 건물'처럼 이제 그 '생경함'이 추억 뒤에 묻혔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자면 오랜 역사 동안 국가대표 축구팀이 종목에 대한 열의를 견인해 왔던 축구 역시나 국가주의의 혜택을 받아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조급해 할 것 없다. 단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맺음말>


쭉 늘어놓았던 얘기들을 뒤로하고 '수원시 사태'로 돌아와 보자. 이 경우는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관 주도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라는 논거 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거기에 축구니 야구니까지 들먹거려야 할 필요성은 없다. 오히려 관 주도의 보여주기 행정이라면 어느 종목의 팬이고 아예 그 종목에 관심이 없고를 떠나서 그 시도에 반대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축구팬,야구팬을 떠나 아예 스포츠에 담쌓고 사는 사람들에게 까지도 관심을 끌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논의는 '피해자 축구'대 '가해자 야구'의 구도로 가고 있으니 시작부터 원군을 차단하고 싸움에 뛰어드는 꼴이다. '여자 축구단 해체하더니 여자 야구단 창단 한다'는 드립 정도는 프로 축구 팀과 아마추어 동호인 팀의 비교라는 점을 들어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야 할 정도의 사안 아닐까? 


 물론 소수 엘리트들이 축구팬들을 비롯한 수원시민들의 의견을 조직해 보여주는것이 아닌 만큼, 이 수준의 이성적 대응을 축구팬이라고 뭉뚱그려진 대상을 향해 요구하는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느끼는 어떤 경향에 의하면 축구팬들이 일정한 '이너서클'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 혹은 비하하면서 만족감을 얻고 있는것 같다는 것이 문제다. 첫째로는 야구팬이라는 이유로 잠재적인 축구팬이 되려는 내 시도가 방해를 받는게 기분이 나쁘다는 말이고, 둘째로는 그런식의 자세가 넓게 퍼지면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질 거란 말을 하고 싶었다.








                                                          다음 뷰 베스트에 선정되었슴돠.



















 

  1. 비의 영향은 야구쪽이 훨씬 민감하게 받아서,야구는 못할 날씨지만 축구는 가능한 상황이 많음. 그래서 우천으로 야구 중계가 취소되면 축구 생중계 방송이 그 시간을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 [본문으로]
  2. 이쯤하면 '유럽축구 빠돌이 방송국'소리도 들을만 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뭐 K리그 중계도 만족할 만큼 많이 했었나 보다. [본문으로]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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