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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 질색이다. 펼쳐 놓은것이 너무나 방대해 그 세계를 이해하는데 두뇌 용량을 다 할애하는 바람에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영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매트릭스도 1편까지만 있었어야 딱 좋았다고 생각하며 아직까지도 이따금씩 케이블에서 해주는 2편,3편의 내용을 볼 때마다 새롭게 곱씹는다 (케이블의 영화를 볼때마다 새롭게 느낀다는건 생각보다 경제적인 습성이다;;). 그런데 이놈의 것, 그 질색인 영화를 꼭 두번이상은 보게 만들어 놨으니 참 고약한 일이다.




영화깨나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풀어먹을 떡밥을 제공하고 있는 이 영화. 라깡에 프로이트가 난무하는 판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과감히 다이,,,ㅎ 아래는 옆에서 슬쩍 슬쩍 훈수 질을 하려는 시도 되겠다.


1. 아키텍처의 힘.
 사실 이 영화의 힘은 설정 자체에 있다. 그래서 상당한 시간을 설정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어떻게 꿈을 공유하는지, 그 꿈속의 물리적인 성격은 어떤지, 어떻게 꿈속에서 생각을 훔치고 혹은 주입하는지 등등. 그리고 나같은 사람은 이 대목에서 부터 과부하가 걸리니 그걸 (대충) 이해하는데만 두번의 관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만큼 그 설정 자체가 가진 독특함, 신선함이 있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는 실제 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던지, 꿈꾸고 있는 사람이 현실에서 느끼는 감각에 따라 꿈속의 물리적 환경이 변화한다던지 하는 디테일은 단순히 영화의 완성도를 위한 디테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맞물려 돌아간다. 특히 (라깡에 프로이트가 난무하는 영화평들이 집중하는 부분인)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은 적당히 입맛이 당길만한 지적 호기심을 선사한다. 
 
 이렇게 잘 짜여진 설정안에서의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위력적이지는 않다. 방대한 사고를 바탕으로 세워졌을 영화적 설정과 적절한 편집을 제외하면 결국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구원이 주된 뼈대가 될 터인데 뭐 그리 새로울건 없잖은가. 이야기 자체가 묵직한 위력을 가졌던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자면 뭔가 아쉬움이 남을 만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감독이 진짜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그 뼈대 (곧, 이야기)를 둘러싼 설정에 있는 것도 같다. '범죄자를 싹 쓸이 한 배트맨의 존재가 조커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구도와 '의식에 대한 임의의 조작을 공격하는 무의식'의 구도가 묘하게 겹쳐 보이기도 했고.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을 너무나 유효 적절하게 잘 이용하여 영화가 아니었다면 전달될 수 없었을 내용의 장을 설계한 놀란에게 경의를.

2. 바로 이장면, 회전하는 호텔 복도.

Canon | Canon EOS 50D | Manual | Partial | 1/200sec | F/3.2 | 0.00 EV | 70.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09:07:23 15:09:44


매트릭스에서 총알 피하기 신공이 나온 이후로 많은 작품들이 이 방법을 차용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슬로우모션이 걸리며 등장인물의 살아 꿈틀대는 근육이나, 찢겨져 나가는 피와 살을 강조하는 방법.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 연출 또한 홍콩 무술영화의 과도한 액션이 지겨워 지듯이 식상해 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새로운 시각적 자극이 점차로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이 이내 자극을 주기 위한 자극일 뿐임을 알아채게 된것이다. 물보라가 멋지게 튀는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유가 아니라면, 헐벗은 근육남의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갑자기 슬로우가 걸려야 하는 이유를 관객들은( 혹 '관객들'이 아니라면 '나'는) 찾지 못하고 있다 .

 이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매트릭스의 총알 피하기 신공 만큼이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만 하다고 느낀 액션 장면이 나온다. 우주 공간이나 떨어지는 비행기 안이 아닌 '호텔 복도'가 빙글 빙글 도는 장면. 그 호텔 복도는 이내 무중력 상태가 되어 인물들이 허공에서 팔 다리를 휘저으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복도가 빙글 빙글 돌고, 또 무중력 상태가 된 상황을 가정한 액션은 군더더기 없이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더구나 '총알 피하기'와는 다르게 화면상에서 갑자기 비 상식적인 물리적 상황이 연출되는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다. 일부러 멋진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상황이 아니라 꿈 바깥의 물리적인 상황이 꿈 속 세계의 물리적인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안에서 이루어지는 장면이라 비현실적인 물리적 환경(빙글 빙글 도는 복도, 무중력 상태)이 구현되는 너무나 현실적인 배경(호텔 복도)이 별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 일합 일합을 구성해낸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회전하는 복도를 마치 원숭이 처럼, 그러나 길쭉한 팔다리로 수트간지를 뽐내며 '우아하게' 활보한 조셉 고든-래빗에게 갈채를.






4.난 누구? 또 여긴 어디? 아 c발 진짜 꿈?
 
 우리가 조각으로 떼어진 꿈속의 상황을 너무나 리얼하게 느끼는것은 그 꿈속의 공식에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영화에 대해서 느끼는 현실감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라면 카페안에 있는 나는  카페까지 오기 이전의 상황들이 역순으로 머리속에 맴돌고 있을 것이나  영화를 볼 때는 카페에 있는 주인공이 집에서 카페까지 오는 세세한 정보들이 생략되어 있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메세지인 영화의 줄거리를 전달 받기 위해 따로 떨어진 상황과 상황 사이가 생략되는 것 쯤은 크게 신경쓰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유추하여 이해하도록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채로 영화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관객은 건물 옥상에서 1분안에 미로 그리기를 하고 있던 장면 이후에 엇비슷한 유럽풍의 카페에 두 인물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게 되지만  어떻게 옥상에서 내려와 길을 건너 카페를 발견한 후 주문을 하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미로 그리기를 하던 옥상의 배경과 과히 튀지 않는 유럽풍의 건물이라는 증거를 통해 멀리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유추를, 여전히 밝은 배경을 통해 시간도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았다는 추측을 할 뿐이다. 너무나 자연 스럽게. 그러나 그런 관객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한마디. 

'너 카페까지 어떻게 왔지?'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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