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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파스콸리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8.05 설국 열차(Snowpiercer,2013) -쉬워 보이지? 자 이제 니가 해봐-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려던 국제사회의 시도는 빙하기라는 결과물로 되돌아오게 되고, 그 빙하기 와중에 '공전주기'가 1년인 열차만이 얼마간의 사람을 싣고 마치 위성과 같이 지구를 달려나가게 된다. 또 다른 생태계나 마찬가지인 그곳에서는 또다른 계급이나 마찬가지인 구분들로 사람들이 나뉘어 있고, 가장 하층민으로 핍박받고 살고 있는 꼬리칸 사람들은 다시한번 판도를 뒤집을 혁명 혹은 반란을 준비 중이다...> 



이 정도가 설국열차의 간략한 줄거리 되겠다. '국인이라면 이 화 응원해 줍시다' 3연작 시리즈의 대망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자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어마어마한 캐스팅이 봉준호라는 상품성에 더해져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대를 불러 모았던 작품. 그러나 거꾸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최우선의 강점은 돈들인 티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건 테러에 가까운 평점을 난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약점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 한국 영화사상 최고액의 제작비라는 이미지들로 기대를 부풀려왔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가 일종의 배신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물량으로 수식되는 영화들에 대한 기대라면, 적절한 수준의 스펙타클, 적절한 수준의 쾌감등의 스토리 외적인 '자극'을 들 수가 있겠는데 사실 이영화는 그런 쪽은 아니다. 나도 영화를 보기 이전에는 열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주요 관전포인트 중의 하나였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듯 하다. 오히려 공간의 한정성을 이야기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이용하고 있으며, 그러니 몇 번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빛을 발하기는 하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들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특징들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나에게는 그런 점들이 오히려 좋아 보였다. 마치 왕년의 성룡 영화에서 같은 액션 장면을 몇 번이고 똑같이 재생시켰던 것처럼, 이 장면에 돈을 많이 들인 만큼 기어이 뽕을 뽑겠다는 듯 덤비곤 했던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자세가 좀 후져보였기 때문이다.[각주:1] 대신에 캡틴 아메리카에게 수염을 덕지덕지 붙여 이리 툭, 틸다 스윈튼에게 두꺼운 안경을 끼워서 저리 툭 던져놓고 그들을 열차의 부품으로 활용하는 이 영화는 굳이 자기가 가진걸 자랑하려 오바해서 시선을 흐트리는 일이 없다. 엄청난 힘을 레일위에만 집중하는 열차처럼, 묵묵하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뿐이다.






영화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해 본다면, 이 영화는 인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어둡기 이를데 없는 비관을 모두 담고 있다. 시작은 시스템의 가장 바닥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핍박을 받게 되는가를 말하고 있지만, 그 핍박을 이겨내고 올라선 시스템의 정상에 어떤 고독과 괴로움이 있는가를 역시나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따지고 보면 엔진실의 윌포드나 꼬리칸의 사람들이나 열차안에 갇혀 지내는 신세이기는 마찬가지다. 열차가 없었다면 윌포드는 물론이고 꼬리칸의 사람들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며, 결론적으로 이들의 생존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열차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이다. 심지어 '무임승차'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꼬리칸의 사람들은 이 생존기계에 어떤 긍정적인 기여도 하지 못한채 그 혜택만을 보고 있는것과 다를바가 없으며, 윌포드가 내려주는 단백질 블럭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지금 만큼의 인간성도 유지하지 못한채로 서로 물고 뜯다가 사라져 갔을것임에 분명하다. 엔진실의 '독재자' 윌포드는 이 모든 밸런스를 혼자서 맞추어가며 열차를 움직이게 했던거다. 과연 윌포드는 이 영화의 끝판 마왕인걸까? 


그럼에도 1인자의 괴로움을 감내해 내야했던 윌포드에게 무조건 적인 애정만을 보낼 수 없는건, 애초의 완벽했던 열차가 점점 그 수명을 다 해 가는것 처럼 마지막 인류에게 생존 열차를 제공했던 윌포드 역시나 점점 혁파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윌포드가 변해서 그렇다기 보다 상황이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것 같다. 혹독하기 이를데 없는 환경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를 제공 받았을 당시라면 누구라도 윌포드에가 감사하고 찬양을 보냈을 것이나, 자신들에 대한 핍박과 희생을 전제로 해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시켜 나가는 윌포드와 앞칸 사람들의 맥락을 눈치챈 뒤라면 언제까지나 그저 고마워 할 수는 없는것 아니겠는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성자와도 같이 인류를 돌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담보해 줄 보호막으로써 인류가 필요했던 존재가 윌포드였기에 윌포드의 노력으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윌포드를 신으로 떠 받들 필요는 없는거다. 인류의 생존은 윌포드의 노력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효과였고, 그렇기에 윌포드를 포함해 앞 칸의 인류들에 비해 꼬리칸의 인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윌포드 이후의 열차는 (곧,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빙하기에서 도망쳐 나와 서로에게 생존을 위한 빚을 져가며 달려나갔던 시대가 윌포드의 시대였다면, 이후엔 어떤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윌포드의 방식이 아니라면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것이며 인류를 절멸의 위기에서 구해낼 것인가. 윌포드라는 머리를 한칼에 쳐 내고 자신이 열차의 머리가 될까? '윌포드 와는 다를꺼야, 윌포드 와는' 이라고 자기 암시를 하면서. 그게 아니면, 불안하기 이를데 없는 희망과도 같은 정보를 가지고 이 모순되기 이를데 없는 지옥에서 벗어나게 될까?  부당한 희생이 강요 되는 시스템을, 그러나 익숙하고 미지의 세계에 비하면 안락하기 까지 한 열차에서의 삶에서 냉혹한 바깥 세상으로.  꼬리칸에서 부터 엔진실까지 거슬러 올라간 청년은 엔진실의 마스터키를 쥐고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자신의 선임자가 그랬을 것처럼. 이 영화가 무한한 애정과 지극한 비관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한 이유를 반복하자면, 바로 이 선택의 순간에 악인 윌포드의 고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 후임자 역시나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게 될 아주 농후한 확률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이라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곰은 열차에서 벗어나는 순간 모두 죽게 될거라는 윌포드의 끊임없는 암시와 'x발 조x 그냥 문일 뿐'이라는 남궁 민수의 희망에 대한 공통의 증거가 되어주는 것이기에. 누구도 틀리지 않았으며 누구도 완벽하지 못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 미숙한 인류는 또 어떤 생존 기계를 만들어 나가게 될것인가. 그 기계는 과연 윌포드의 열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효과적일까? 아니면 심지어 더 못하게 될까.




                                                                 

                                                    <난 했으니까, 자 이제 니가 해봐>






















#1. '메이슨 총리'의 억양은 틸다 스윈튼이 스스로 준비한 요소라고 하던데, 

    신기하게 영화를 보기 전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다가 영화에서 접하자 마자 

    '어, 저 여자는 대처?'라는 느낌을 받았다.

     

#2. '유치원 칸' 장면은 어딘가 박찬욱스러운데가 있었다.

      뭐, 좋았다는 얘기다.

     

#3. '그레이', 댁은 뉘시오?   -.- b


#4. 양갱의 재발견. 

     해외에서 이 영화와 관련된 행사가 개최된다면 간식으로 양갱을 내놓는것도 좋을 듯.ㅋ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1. 난 아직까지도 왜 정우성이 그토록 오랫동안 긴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말타고 총질을 해야 했던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길어도 너무 길었단 말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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