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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3.23 건축학개론(2012) - 누군가의 첫사랑이 시작될 '여기'- (1)

그 시기를 지난 '어른들'에게는 스무살에 대한 환타지가 있다. 그렇게 '풋풋'이니 '파릇 파릇' 이니 온갖 좋은것들을 다 가져다 수식을 하는 통에 정작 직접 겪어내는 스무살은 누군가 멋지구레하게 꾸며 놓은 이미지 속에 취해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라기 보다 나는 그랬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단할 것도 좋을 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중닭'같은 시절이었달까. 귀엽지도, 멋지지도 않은. 지금 열심히 스무살 환타지를 퍼다나를 그대 '노계'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당신의 스무살의 사랑은 ' 말한마디 못하고 끙끙대다 선배에게 하이재킹 당하는 시퀀스'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아. 이 어중된 중닭같은 청춘,사랑이여.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별 새로울게 없다. 누구나 다 엇비슷하게 갖고 있을 만한 첫사랑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첫사랑과의 십수년만의 재회. 그러나 이 영화는 '스무살 환타지' 속에서  중닭같은 어중 됨을 오롯이 살려 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이미 '어른'이 된 위치에서 '스무살''첫사랑'하면 거의 기계적으로 보이는 반응을 넘어선 어떤 새로운 반응을 사람들로 부터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말하자면 마음 한켠에 숨겨 놓았던 '과거 사진'과도 같은 기억이 스멀 스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 반가움? 

더불어 인상적인것은 그런 '로맨스'를 풀어 놓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로맨스를 넘어선 더 큰 이야기도 함께 전달해 주는데, 그건 오히려 대놓고 설명해 주지 않는 부분이라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깊숙히 젖어들게 만드는 면이 있다. 말하자면 점점 희미해 지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아쉬움과 같은 그 무엇을...

승민(이제훈, 엄태웅)과 서연 (수지, 한가인)의 사랑의 감정은 둘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과 함께 진행 된다. 우연하게 같은 수업을 듣게 된 둘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가, 서연이 재욱 선배(유연석)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같이 살던 동네를 떠남과 동시에 승민과 서연의 관계도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더불어 십수년 후의 이별의 과정에도 더이상 서로에게 다가 설 수 없는 상황이 승민이 멀리 해외라는 공간으로 멀어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여건상 서연의 집 증축을 승민이 맡아서 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도 승민이 마무리를 짓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 역시나 둘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던 마무리 짓고 싶었던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도 있다. 그리고 집이 완성되면서 둘의 감정 역시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거다.

사람의 감정이란 이처럼 물리적인 어떤 것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물리적인 어떤 것에 의해 기록 된다. 그리고 물리적인 어떤 것에 의해 좌우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 수록 사람들은 물리적인 어떤 것과 감정을 분리 시켜나가는 쪽으로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게 음악을 담는 매체가 씨디에서 mp3파일로 바뀌는 부분이라면 그저 익숙한 취향의 문제 일수도 있겠지만, 그 변화는 점차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있어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고있다. 
 십수년 후의 사람들이 십수년 전의 지금을 추억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억에는 어떤 공간들이 남게 될까? '스타벅스 정릉점'을 승민과 서연의 '폐가' 처럼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까? '스타벅스 정릉점'이라는 공간은 그 때까지 같은 자리에 남아있기는 할까?  '폐가'가 남아있는지 여부는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으니 모를 일이지만 최소한 건대점이니 홍대점이니와 비교해 정릉점이라는 특징이'폐가'처럼 기억에 남길 만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만약 서연이 승민에게 전해준 것이 전람회 씨디와 씨디 플레이어가 아니라 이메일로 보내준 음악 파일이었다면 그 음악에 두 사람의 감정이 실려 보관 되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것 처럼. (물론 자신만의 '폐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지점에서 발견하는 '감수성'은 더이상 어떤 취향이나 유희의 측면에서만 거론할 성질의 것이 아닌것이다. 사랑을 줄 수 없는, 감정을 내어줄 수 없는 공간에 둘러싸인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을까. 왜 우리가 이렇게 삭막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불평할 때 '집'과 '집값'을 거의 동의어에 가깝게 활용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왜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1. 이 영화에서 '90년대'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한 배경의 측면일 뿐 아니라, 지금 보다는 아날로그가 살아 있었던 시절이라는 점에 있어서 촘촘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 영화는 그것을 잘 해낸것으로 보이고. 그것과는 별도로 90년대가 벌써 추억의 한 귀퉁이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쇼크가;;; ㅎ

#2. 이 글을 쓰면서 '어중띄다'라는 말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됨;;

#3. 애인의 아는 (이성) 친구는 본능적인 경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명필름 '에 있습니다.> 


                                                        다음 뷰 베스트에 올랐습니다;;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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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pyxis.tistory.com BlogIcon SSeo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2.04.03 00:42 신고

    건축학개론에 대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도 보고 감명 깊어서 마음을 표현하려 긴 글을 하나 써봤지만, 이만큼 명쾌하고 마음에 와닿게 쓸 수가 없네요. 트랙백을 걸어놓고 어린쥐님의 글 링크를 제 글에 덧붙여 놓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