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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콜로와 고담 시티

 

 

 

 

 

 

 ‘드래곤 볼’ 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화에 그다지 흥미를 두지 않아서 이러이러한 줄거리의 이러 이러한 만화가 있다는 사실만을 들어 알 뿐이었다.

존재하기는 이미 한참 전부터 존재했으나 ‘드래곤 볼’ 이라는 작품이 내 가슴 깊이 박힌 경험은 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TV시리즈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판, 아마도 여남은 번은 방송되었을 그 시리즈 중의 한 부분이 가슴에 와 박힌 것은 그 내용을 받아들일 준비가 비로소 중학생 이었던 어느 한 때에 되었기 때문이겠지.

 

 나에게 그렇게 남았던 ‘드래곤 볼’은 손오공이 아니라 ‘신’과 ‘피콜로’의 관계였다.

이 대 마왕이라 불리는 ‘피콜로’는 감히 범접하기도 어려운 강한 파괴력의 소유자이나 손오공쯤 되는 작품의 주인공이 나서서 해하려 한다 해도, 그 강한 파괴력을 넘어서 제압 한다 해도, 죽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신’과 ‘피콜로 대 마왕’이 한 몸 이었다는 것. 천상의 존재로 올라가기 위해 자기안의 악을 다 떼어버리고, 하늘위로 올라간 것이 ‘신’, 그 아래에 떨어져나간 순수한 악으로 남은 것이 ‘피콜로’.

몸은 떨어졌으나 서로 달리 존재하지는 않는... 이 쪽이 죽으면 저 쪽도 같이 죽는 그런 관계.

세상의 더러움, 티끌을 몸에 묻히지 않고 홀로 빛나는 절대적인 선이 되고자 자신의 일부를 내팽겨 쳐버린 ‘신’의 업보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대 마왕’...

선·악이라는 것이 결국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선善’을 통해 선이 아닌 것으로 서의 ‘악惡’을 보고 ‘악’을 통해 악이 아닌 것으로서의 선을 본다는 졸라리 심오한 설정이었던 게다.

 

<조커...왜 이렇게 심각한거야?>

 

 

 참 입소문이 어마무시 했던 ‘다크 나이트’를 보고 오래전 기억속의 ‘피콜로’를 떠올렸다. ‘빛의 기사’인 하비 덴트에게 모든 영광과 힘을 넘기고 자신도 빛의 세계로 나아갈지, ‘선line'을 무시하고 넘나들며 ’어둠의 기사‘로 남을지... 이 시리즈에 이르러서야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진짜 배트맨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자신의 악을 인정하지 않고 떼어버려 홀로 빛나는 선함, 밝음, 빛이 되고자 했던 드래곤 볼의 ’신‘과는 반대로, 사람들의 희망, 절대선인 하비 덴트를 사람들의 절망으로 다가올 투 페이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의 선함, 밝음을 떼버리고 악함, 어두움, 그림자가 되고자 자청한...


‘'다크 나이트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는, ‘살아남은 영웅’의 비장미는 바로 이 시점에서 완성된다.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버린 희생이기는 하나, 그 방법이 폭력이며 어둠이고 악이다. 고로  사람들은 영웅의 행동이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모르기도 모르거니와 안다 해도 폭력이며, 어둠이고, 악인 영웅을 옹호하고, 용서 할 수가 없다. 선함, 밝음, 희망을 빛내보이기 위해 스스로 용서 받지 못할 어두움을 자처한 ‘어둠의 기사’.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 영웅의 가면뒤의 브루스 웨인 개인이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나 벅찬 어둠이 서서히 웨인을 좀 먹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웨인 또한 그 사실을 짐작했으리라는 것도.


 

 또 한 가지 집중할 만한 것은 배트맨 시리즈가 새로이 ‘begin'하기 이전의 시리즈들과 다르게 고담 시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 기억으로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는 물론 대다수의 히어로물 작품에서 일반 시민들은 도움을 받아야할, 흠 많고 나약한 존재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토리진행상의 주인공은 아닐 지라도,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던 어느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존재로의 위치는 가지고 있다 보았다.

조커의 광기가 첨단 과학의 갑옷으로 무장한 배트맨을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것도, 그 광기가 시민들과 결합하여 엄청난 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 것이다.팬이 없이는 우리도 없다는 프로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상투적인 표현처럼, 조커의 광기도 시민,대중과 만나지 못했다면 미약한 존재에 불과 했을 것이다.

배트맨이 스스로 가면을 벗도록 결심하게 했던 것도 결국은 ’시민‘들이었고,

영화 스토리 전체적으로 하비 덴트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시민‘ 이었다.

사실 캐릭터 자체로만 보면 악인 ,투페이스’로 돌아서고 난 이후에도 하비 덴트 에게서는 엄청난 초능력도, 조커와 같은 천부적이고도 엄청난 파괴력의 광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히어로 물의 결말부분을 거의 이끌어가는 정도의 중량감이 모자라지 않는 것은 그가 시민의 하비 덴트 였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believe in'해 마지 않는 정의의 검사 하비 덴트.

수천만 고담시민들의 희망으로서의 존재감이 하비 덴트의 힘이었고, 그 희망을 져버림으로 해서 수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트릴 수도 있는 것이 ’투페이스‘의 영향력 이었다.

또한 감독은 아주 친절하게도 서로의 생사 여탈권이 두 부류의 시민에게 쥐어진 상황을 보여 줌으로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더 이상 어두울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어둡게 느껴지는 지금을 이겨내고 해를 띄워 낼 주인공들은 고담의 시민임을..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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