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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 특공대 같은 팀이 꾸려졌던 모양이다. 영화는 지구로 향하는 혜성에 대응하기 위해 나섰던 그 팀이 '실패' 했다는 라디오 뉴스로 부터 시작한다. 인류는 더이상의 생존에 실패하게 된거다. 남은 시간은 21일, 그 뒤로는 모든게 다 끝이다. 그렇게 되자 이제 전인류는 공통의 관심사 하나에 몰두하게 된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생각보다 모든 룰이나 법규가 모두 무시되는 아비규환의 난장판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나, 일단 영화의 시선에 들어온 부류는 '될대로 되라' 족. 솔로로 죽을 순 없으니 되는대로 짝을 지어주려던 친구에다, 술김에 주인공 도지(스티브 카렐)에게 딥 키스를 날리는 그 친구의 부인. 난생 처음 술을 홀짝거리는 꼬맹이에다, 미워하던 사람에게 찾아가 속시원하게 욕을 해주겠다는 사람까지. 심지어는 날마다 파트너를 바꿔서 즐기고 있다는 한 너드는 이제 여자들이 피임이며 자신의 외모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행복해 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 도지는 그저 집에서 조용히 최후를 맞을 생각이었다. 어느 우연한 사고를 겪기 전에는.


우연히 만난 옆집 여자 페니 (키이라 나이틀리)와 길을 떠나게 된, 아니 어쩌다 보니 폭동의 무리를 피해 같이 길을 떠나게 된 도지다. 일단 떠나고 난 후,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 둘. 사실은 페니에게 비행기를 타고 가족에게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게 먼저였으나 비행기까지 가기 전에 차의 기름이 바닥났으니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어지는 진행은 기대에 크게 벗어남이 없는 밝고 유쾌한 죽음 맞이하기이다. 온갖 오해와 갈등으로 괴로웠던 관계들이 회복되고 두려움 없이 서로에게 다가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이차이도, 외모도, 돈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라는 순수한 이유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사랑할 이유가 된다. 


공원에 사는 개이름, 'SORRY'라지요~♬

                      


 이 영화와 조셉 고든-래빗 주연의 '50/50'을 같이 놓고 보는건 그리 무리한 시도는 아닐테다. 그 영화에선 주인공이 50% 생존률의 난치병에 걸린 후,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게 되는가를 다루게 되는데 이건 마치 전 세계인을 시한부 난치병 환자로 만든 스케일이 아닌가 말이다. [각주:1]  두 이야기 모두 비로소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사용하는 이야기들이지만, 거꾸로 그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너드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건 그저 작당해서 너드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구 종말이 다가오자 기회가 늘어난건 그 계산이 필요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었고. 만약 거짓말 같이 종말에서 비껴난다고 해서 그 기회가 종말을 앞둔 때와 같이 주어지게 될까? 다시 기회가 없던 시절의 너드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특수한 상황에서 감정의 고조를 겪는 사람들의 화해와 사랑은 아름답고도 슬프지만 그건 특수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삶을 살아갈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될게 없는 이야기다. 영화 '스피드'에서 산드라 블럭이 그러지 않던가, 극적인 상황에서 만난 인연과는 사랑에 빠지는게 아니라고.


굳이 모두가 다 죽고 말거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이 사람도 소중하고 저 존재도 소중하니 모두를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일종의 협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이런 협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에는 늦으니 잃기 전에 행동하세요' 같은. 그건 삶의 수많은 평범한 상황들을 볼모로 잡아버리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만약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는 일념으로만 삶의 순간들을 겪어 낸다면 그 삶은 어떻게 될까? 심지어는 그러고도 놓친 소중한 사람이 존재 할 수 밖에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을 그저 내탓으로만 돌리고 그저 견뎌내라는 말은 성취될 수도 없는 목표거니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장애물일 뿐이다.  갈등이 있다면 욕하고 싸울수도, 안보고 살수도 있어야 한다. 죽고 죽이는것보다는, 이 관계에서 쌓인 울분을 다른 관계에다 푸는것 보다는 나으니까. 안보고 사는것에 대한 괴로움이 편안함 보다 크다면 그 사람이 한발짝더 다가서면 그뿐, 왜 다른이의 협박에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염려하며 지금의 내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까? 


사람의 성격과 마찬가지로 관계도 기승전결과 엇비슷한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관계의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대표 이미지로 떠올리지만 어떤 관계라도 그 관계가 이유가 되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상대와 나의 노력의 여부와는 별도로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평생을 아름답게 사랑하고 짝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다면 그 아름다웠던 사랑도 절망의 이유가 되는거다. 이 사례라면 아름답게 사랑했던 시절도, 짝을 떠나보내 절망하게 되는 시절도 모두 그 관계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웠던 그 시절만을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절망과 괴로움과 후회도 모두 나름대로의 지분이 있는 감정들이며 어느정도는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어떻게 발악을 해도 결국은 따라 붙고 말 감정들이고. 


물론 지구가 작살날 시간이 21일 쯤 남았다면 또 모르겠다. 그 때라면 나도 내안의 간디를 이 세상에 드러내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러기 전에는 보기 싫은 사람 안보고 하기 싫은 말은 안하고 맘에 안드는 사람과는 싸우면서 살고 싶다, 되도록이면. 그리고 배 곯고 난 후 음식이 당기듯이, 관계가 주는 괴로움보다 행복감이 더 당기게 되는 때가 오면 뒤도 안돌아 보고 그 관계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1. 이 영화의 감독이 50/50의 감독이 아니었나 싶었지만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본문으로]
Posted by 어린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