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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 는 독특한 드라마였다. 공중파 10시대의 드라마 시간에 범죄자의 도망 과정을 다룬 드라마라니... 주인공은 그 와중에 자기 딸의 억울한 죽음의 실체를 밝혀내야만 하는 미션까지 수행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극은 오히려 권력자들의 복마전을 낱낱이 파헤치는 흐름으로 이어졌고, 끝에가선 투표만이 저들을 처단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투표독려 메세지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선이 어지럽지 않았던 이유는 평범한 가정의 딸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과, 돈과 정치권력을 움켜쥔 이른바 권력자들의 횡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1여년 뒤, 이 드라마의 속편 격이라 할 만한 드라마가 나타났다. 어쩌면 '추적자'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도 있는 '황금의 제국'은 1990년도 부터 최근까지의 시간 속에서 이른바 권력자들이 어떻게 영욕의 세월을 살아왔는가를 조명하려고 한다. 추적자의 괴물들이 어떻게 그 힘을 가지게 되었나를 설명하고 있달까? 그 과정에서 전작의 주요 배우들이 합류해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에서 왕회장과 닮은 듯 달랐던 사위의 이름이 '동윤'이었던 것과 비교해 이 드라마에서 왕회장의 후계로 지목을 받은 딸의 이름이 '서윤'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전 회차 까지는 뭔가 속편의 딜레마에 빠진듯한 감상을 가지게 되었다. 일단 스케일은 훨씬 커졌으나  전작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료를 가지고 잔뜩 힘이들어가 경직되어 보이는 인물들이 요리에 나선다는게 영 효과적이지 않아 보였던거다. 물론 '추적자'의 권력자도 정재계를 아우르는 스케일의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나, 황금의 제국에서는 그 게임에 나선 인물들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많다. 회장을 비롯해 그의 동생인 부회장과 그 아들, 회장의 딸인 서윤, 이윽고 힘을 갖추기 시작한 주인공 장태주 마저도 그 게임을 통해 복수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사회 고발'에 도달하는 방식이 흥미진진한 추격전의 외양을 갖추었던 추적자의 경우와 다르게 시작부터 '있는 것들'에 대한 해부에 나서니 그들의 싸움이 과연 드라마를 볼 절대 다수가 흥미를 갖고 따라 갈 만큼 매력적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거다. 드라마 관계자들이 전작의 성공의 요소를 지나치게 한정해서 파악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는 장태주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일부 살펴볼 수 있는 단점인데, 그는 태어날때 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선택받은 사람이다. 사시1차 정도는 기본으로 합격을 할 정도로 똑똑하고, 깡패 두목을 납치 할 정도로 육체적인 능력도 월등하다. 이런 사람이 선택받은 재능을 바탕으로 있는 자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내가 나름대로 명명한 '최수종 류'의 드라마에서 이미 닳도록 써먹은 구도가 아닌가 말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의 목숨을 다해서 복수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던 '추적자'에서의 절박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남은건 '난 이정도 까지 안다'는 식으로 늘어놓는 있는 것들의 폐부 리스트 정도.


물론 아직까지도 고수의 눈빛은 보는 나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갈 정도이고, 장신영의 캐릭터는 뭔가 딱 꼬집어 말 할수는 없게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4회차에 이르러서야 이 드라마가 단지 '있는것들'에 대한 성토의 장이 아니라는걸 알아 챌 수 있었다. 이 회차에선 인물들 간의 큰 배신이 네번 등장한다. 강제 철거로 같이 피를 흘렸던 사이인 박씨와 태주, 그 복수에 동참해 달라며 명목상의 아파트 재개발 조합장 선거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한 태주이지만, 박씨는 애초의 결심과 다르게 강제 철거의 당사자였던 건설회사 측으로 부터의 회유와 금전적 보상에 태주를 배신하게 되고 태주는 그런 박씨를 함정에 빠트려 구속시키고 만다. 회장의 죽음에 이르러서 배다른 자기의 자식이 내쳐질까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회장의 부인은 회장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부회장 아들 최민재 쪽과 회장 딸인 최서윤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중이고, 그 최민재는 자신을 옥죄어 오는 최서윤의 압박에 부도를 막으려던 갖은 시도들이 실패하자 사랑하는 자신의 부인을 병실에 버리고 은행장의 딸과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그 와중에 압권은 신부의 하얀 드레스와 환자의 하얀 병상이 교차되는 장면. 이제껏 최민재는 주인공 장태주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귀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나, 살기위해 장태주에게 마저 내민 손이 외면당한 결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된 최민재에게도 장태주는 온힘을 다해 파멸시켜야 할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구속당한 박씨의 딸이 찾아와 자신이 준 축의금을 내동댕이 치고 가는 장면을 통해 태주는 자신이 최민재를 향해 가졌던 악의를 떠올리게 된다. 박씨의 딸에겐 자신이 최민재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 복수를 행하고 있다고 믿어 왔지만, 사실은 그 스스로 자신을 짓밟았던 사람들 만큼의 힘을 원했던 사람이었던 거다. 그렇기에 가족과도 같은 박씨에게 딸의 신혼집도 마련해 주겠다, 옷도 해입으라고 해라라며 했던 지원에 명목상의 재개발 조합장 선거에 나서라는 조건을 달았던 거고.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목적이라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때 얻을 수 있는 이득과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 싫다는 박씨의 의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았겠지. 물론 그렇게 이용당했다며 억울해 할 박씨도 자신은 그저 회유와 과거의 철거에 대한 경험으로 두려웠을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옆에는 어김없이 건설회사 측의 돈가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을 지옥불의 불쏘시개로 던져놓은 존재는 욕심에 판단을 맡겨버린 스스로였던것. 이제껏 장태주는 최민재에게서 욕망의 지옥불에 불타는 악귀를 보았겠지만 이제 그 지옥불은 장태주에게도 옮겨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급의 반전이라 할만하다. 이제 드라마는 장태주의 눈으로 욕망의 지옥불을 비춰주는것이 아니라 장태주가 어떻게 욕망의 지옥불에 불타오르게 되는지를 차분히 따라가게 될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감정이입해 '어떻게 저 나쁜놈들을 처단하나'하는 마음을 품게할 착한 사람 따위는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보통사람들이 괴리감을 느낄 장태주의 '슈퍼 파워'도 사실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착하고 순박한 '보통 사람'은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환상일 뿐 그들의 모습이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이 부분이 불가피 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두드러지게 갈라 놓았던 '추적자'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어쩌면 그저 권력가들에 대한 조리돌림으로 소비되었던 전작에 대한 아쉬움 내지는 반성이 이 무겁디 무거운 드라마로 태어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살기 위해' 병든 아내를 버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새로 결혼을 하고, 혈육이나 마찬가지인 관계가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이야기는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살아 남는다면 그야말로 현대의 에픽이 되겠지만 시청률의 전장이라는 또 다른 지옥불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남게 될지...





 <사진 출처는 '황금의 제국' 홈페이지>















Posted by 어린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