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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배우 정웅인의 인터뷰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그 중에 강우석 감독이 전설의 주먹에 정웅인을 캐스팅하면서 '사람들이 너를 많이 이용해 먹더라'라는 말을 했다는 부분이 인상에 남았다. 풀어 말하자면 정웅인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알린 TV시트콤 '세 친구'에서의 코믹한 캐릭터를 이용하려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소리. 물론 그 과정에서 익숙하고 잘 하는 코믹한 캐릭터를 써먹으려는 배우의 시도가 있었을 수도 있으나 강우석 감독은 정웅인이라는 배우가 가진 잠재력이 코믹한 배우로만 한정되는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정웅인은 그 영화에서의 역할을 바탕으로 지금 히트를 치고 있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빼어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웅인에게 코믹한 캐릭터가 일종의 굴레가 되어 왔다면, 그에 못지 않게 설경구라는 배우도 일종의 껍질에 갇힌듯한 역할을 많이 맡아 왔다. 광기어린 집착을 보이는 마초맨에다 대부분은 형사거나 검사 등등 부조리에 맞서는 역할을 말이다. 의례 강철중류의 캐릭터를 맡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박하사탕의 철길 장면을 연상케 하는 감정 폭발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어져 왔다.[각주:1] 개인적으로는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에서의 센세이션을 바탕에 둔 배우 설경구에 대한 기대는 여지껏 충족되었던 기억이 없다. 


 이 영화의 컨셉은 설경구라는 배우의 활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물론(?) 형사고, 역시나 젠틀하거나 깔끔한 이미지는 아니다. 열혈 마초맨이라기엔 노회한 능구렁이의 분위기가 더 강하지만, 나쁜놈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예의 그 감정 폭발이 일어날 법도 한 상황에서도 이 영화에선 박하사탕의 영호가 소환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작품을 통해 수많은 감독들이 활용해 왔던 바로 그 설경구의 전매특허 말이다. 마찬가지로 범죄인에 대한 추적을 촘촘한 cctv 시스템을 바탕으로한 감시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에대한 죄책감이나 회의에 눈길을 주지 않으며, 범죄 집단내의 배신과 갈등을 때깔나는 누와르 화면으로 비장미 돋게 꾸며줄 생각같은것도 없어 보이고, 심지어 청춘 남녀가 등장하는데 연애 비슷한 것도 안한다. 단지 경찰들은 감시하고 쫒고, 범죄자들은 피하고 도망간다. 


얼마나 많은 한국 영화들이 양념치는데 집중하다 본재료도 홀랑 말아먹고 '한국형 OOO'라며 자기 위안을 일삼았던가. 심지어는 로맨틱 코미디물에서도 난데없이 주인공을 죽이네 살리네 하며 눈물을 뽑아내는게 유행을 했을 지경이니;;; 물론 역사에 남을 걸작을 남기고 싶은 시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이 그러다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간 실패작들로 남았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고비 고비마다 만나는 이 영화의 집중도와 비례해 '어, 이 대목에선 한번쯤 틀어줘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게 될지 모르겠다. '어, 이 대목에선 빅브라더 시대에 대한 사회고발 메세지가 등장해야 하는데?' '어, 이 대목에선 상처받은 늑대의 눈빛을 팍팍 쏴줘야 하는데? 정우성은 뒀다가 뭐에 쓰려고?' '어, 이 대목에선 츤츤 돋는 연애 스토리가 나올 법도 한데? 연애도 안시킬 꺼면 아이돌은 왜뽑은거임?' 물론 맞딱드린 사건에 대한 감정의 갈무리조차도 외면하는건 아니다. 다만 그 대목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 있고 이내 쫓고 쫓기는 게임에 다시 뛰어 든다.


심지어 비슷한 장르물의 또 다른 전매특허인 반전 조차도 이 영화는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에 두시간여의 러닝타임을 꽉꽉 채우고 있는건 쫒고 쫒기는 과정의 긴박감이 전부. 그러나 그 과정역시나 전통적인 형사물 내의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 활극의 장에서 펼쳐진다기 보다, 각종 하이테크 장비들이 활용되는 첩보물에 가깝다. 반복하지만 대놓고 첩보물이었던 작품들이 뭔가 비장미 돋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긴장감과 팀플레이에서 오는 쾌감을 놓쳤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서울 시내의 아주 제한적인 범위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형사물이 그 미덕을 잘 실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팀플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능력치도 엇비슷하고 특색있게 배분되어 주인공의 폭주로 팀플이 깨지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으니 참 주도면밀하다 할 수 밖에... 


걸작이기를 포기한 선택과 집중은 이만한 수작을 우리들 앞에 내놓았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1. 그 와중에 설경구의 강철중을 가장 많이 뽑아먹은 사람이 강우석 감독이란건 정웅인의 경우를 놓고 봤을 때 참 아이러니한 상황. [본문으로]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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