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92019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  
  •  

나는 법정드라마를 좋아한다. 치열한 두뇌 싸움의 요소가 있으면서도 복잡한 이야기가 배심원이나 판사 앞에서 친절하게 설명이 된다는 점에서 내 머리의 한계를 절감해야할 필요가 없고, 난관을 해쳐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인 히어로물 같다는 점에서 큰 감흥을 느낀다. 기분이야 수퍼맨이나 아이언맨 쪽이 더 후련하게 풀리지만 그 사람들은 결코 내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인 반면, 법정물의 영웅들은 엄청난 노력과 운이 따랐다면 내가 될 수도있는 사람들이질 않나. 좀 더 현실적인 사회의 부조리를 현실적인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들은 다른 소재들로 충족될 수 없는 법정물만의 특색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어 퓨 굿 맨'이나 '타임 투 킬'같은 수작들은 이미 오래전의 작품이 되어가는 반면에 최근에는 기억에 남는 법정물이 별로 없다. 종종 등장하는 작품들도 법정의 싸움은 부차적으로 두고 스릴러를 덧붙이거나 사회고발 메세지를 담는데 더 집중하는 것들이어서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사진 출처: http://yourvoice.sbs.co.kr/>




하지만 법정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이 드라마로 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켜켜이 쌓아올린 드라마가 탄탄한 극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봤는데, 서대석 판사와 그의 딸 서도연이 주인공 장혜성과 갈등을 맺게 되는 과정조차도 법정의 판결과 같은 모양새로 구성했다는 점부터 신선하게 느꼈다. 폭죽에 눈을다치게 한 다른 친구의 증언으로, 그리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피해 당사자의 증언으로 죄가 없던 혜성은 판사인 친구 아버지에게 단죄를 당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서 주인공과 라이벌이 철천지 원수가 되는 과정을 만드는데 뻔한 클리셰를 동원하지 않아도 되었고, 법정물로서의 분위기를 살리는데도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 이 학창시절과는 대조적으로 이제는 닳고 닳은 법조인이 된 어른 혜성의 입에서 '진실이 승리하는게 아니라 법정에서 승리한것이 진실이 되는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만든 구도는 혜성이라는 인물을 복합적으로 만드는 장치인 동시에 법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여길것인가라는 질문을 은근슬쩍 던져놓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진실보다 눈앞의 증거에만 천착하는 법이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와 같은 것들, 반대로 어리버리 변호사 차관우의 에피소드들을 통해서는 무조건 적인 신뢰가 어떻게 허물어지는가와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까지가 '법정 파트'에 대한 기대치라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자 박수하의 등장에 대해서는 조금 색다른 기대를 갖게 만든다. 아무리 여기나 저기나 요즘 초능력자 꽃미남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법정 드라마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라니;;; 그저 '누님들의 눈요기 감'이었다면 우려 대로 잘 맞아들어가지 않는 모습이었겠지만 박수하라는 인물은 생각보다 많은 함의를 가진 캐릭터다. 먼저, 법정물의 성격에서 보자면 어느 한 쪽이 선이고 악임을 정해놓고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선택 자체에 대한 회의가 발생하는 것을 어쩔 수 가 없다. 이게 정말 단죄 받을 만큼의 악이고 단죄에 나선 사람들은 정말 그만큼 선인가에 대한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무 뻔한 교조적인 메세지나 이도 저도 아닌 감흥없는 이야기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전지적 시점의 초능력자가 있다. 그가 나서서 착하다,나쁘다,거짓말이다,참이다를 다 판별해 줄테니 여기에 대한 부담을 일단 덜게 된 측면이 있다. 


이와 함께 박수하가 극에서 수행하는 주요 임무는 일반 대중들의 법체계에 대한 신뢰 내지는 기대의 대변이다. 이 지점에서는 연상 누나를 짝사랑하는 소년의 구도가 겹쳐지는데, 누군가의 첫사랑 대상이 되는데는 나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것처럼 실제로 법집행에 참여하는 법조인들의 입장에서야 그렇지 않겠지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선는 법이 부정을 막아주고 단죄해주는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소년 박수하는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대상인 장혜성을 지켜주기 위해 멋진 태권소년이 되었지만 실제로 다시 만난 장혜성은 생각만큼 정의롭고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는 법체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안고 살지만 막상 자신의 일로 맞딱뜨렸을때는 대부분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곤 하는 일반 대중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박수하는 포기하지 않는다. 손쉽게 싸잡아 비난하는 대신에 세상의 풍파에 정의로웠던 모습을 잃어버린 장혜성을, 아니 장혜성의 정의로움을 지켜주겠노라고 다짐하는 그 이다. 기존의 법정 드라마들이 대부분 똑똑하고 많이 배운 엘리트들의 싸움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면, 이 드라마에는 그렇지 못한 일반 대중의 몫이 한자리가 마련이 된거다. 그 몫을 차지한 박수하는 위태롭기 그지 없는 장혜성의 '정의'가 제대로 힘을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될것이다. 


여기에 장혜성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던 민준국의 복수가 스릴러 요소로 가미되면서 이 드라마는 다채로운 면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초반의 탄탄한 설정들이 시청률 경쟁이나 여론의 흐름(?)으로 인해 어그러진 경우를 많이 보아 왔지만 2회차만으로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데는 일단 성공인 듯 하다. 앞으로는 러브라인이나 용두사미라는 이름의 암초를 잘 피해가는 것에 달렸다. 기대를 품어 본다.











Posted by 어린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