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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성 '민주화 발언'사과 진심으로 죄송


두번째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비로소 최초의 제대로 된 해명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전효성씨가 일베 유저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두번째 해명글을 보고도 해소시키지 못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녀만의 맥락이 설명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다. 


 첨언하자면, 전효성씨의 최초 해명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유는 일베식의 '민주화'라는 단어가 그저 보통의 인터넷 유행어와는 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조어'라는 구분이 의미하듯 대부분의 인터넷 유행어는 기존의 단어가 새롭게 조합되거나 축약되면서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행쇼'라는 표현은 '행복하십쇼'가 줄어든 말이고,'꿀벅지'라는 표현은 꿀과 허벅지가 조합된 단어다. 이중 재조합의 경우는 단어 본래의 뜻이 익숙하지 않은 대상과 결합하여 엇비슷한 의미를 갖게 되는 일이 많다. 그렇게 '꿀'이가진 달콤하면서도 찐득한 특성이 여성의 매끈한 다리를 수식하는, 진한 성적 뉘앙스의 단어에 활용된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의 경우에는 새롭게 조합되거나 축약되었다기 보다 기존의 의미가 180도로 바뀌어 활용되고 있다는 성격이 있다. 비슷한 예로는 과거 개그맨 정종철씨의 캐릭터였던 '옥동자'정도가 있는데, 정종철 이전의 옥동자는 귀엽고도 귀한 아이를 의미하는 단어였겠으나 정종철 이후엔 못생긴 사람을 일컫는 단어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에게 '민주화'란 독재권력의 억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성취해낸 고난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반대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억압,핍박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여기서 축약이나 조합을 거친 신조어와 구별이 되는건, 그 생경함의 차이 부분일 것이다. 행쇼나 꿀벅지란 단어는 처음 보게 된다면 그 의미를 유추하는것 자체가 고역일 것이나, 민주화란 단어는 이미 익숙하게 사용되어온 단어이질 않는가, 상식적으로는.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식으로는 기존의 의미와 정 반대로 활용되는 표현의 맥락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으나, 그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이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해가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자주 그 표현을 쓰니 아무렇지도 않게 그 표현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 말이다.


사실 난 한참 전부터 모욕을 목적으로 쓰이던 '빠'라는 단어가 'fan'의 의미를 점차 대체하고있는 상황에 대해 걱정이 되어 왔다.(=>'연예 블로거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그런면에서 전효성씨의 '민주화'발언 이전에 비슷한 뉘앙스의 논란이 있었던 웹툰의 사례를 말하고 싶은데, 사실 이미 작가는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자기가 그런 표현을 했는지를 밝혔으며 그럼에도 오해했을 사람들에 대해서 사과의 말까지 남겼다. 정작 내가 놀랐던 부분은 그 댓글의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일베스러운 무대뽀 댓글의 내용은 비교적 적은 반면에 왜 할일없이 이런데다 시비나 거느냐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그들의 입장에선 자신이 지지하는 작가가, 비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기에 오히려 비난 의견이 터무니 없게만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터무니없음은 곧바로 그런의미를 만들어 퍼뜨린 일베 이용자들은 물론 '피해의식에 쩐'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는데, 그들은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맥락과 그로인해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는 도무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거다. 그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짜증내지는 분노가 그 맥락에 대한 판단을 대신하고 있었다. 


좀 더 덩어리가 큰 규모의 팬덤에 대해서라면 일부 축구팬들의 야구에 대한 공격성(=>'야구 음모론'과 축구 내셔널리즘에 대한 소소한 썰)을 들 수 있겠다. 그들은 '축구가 부흥해야만 하고 모두 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공유하기 어려운 가치를 내걸고 그에 방해가 되는 대상은 그 누구도 비하하고 공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방송국과 범 축구계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진 무리라는 인식이 통하지 않는다. 방송에 노출이 많이 되면 인기를 끄는데 도움이 될텐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 방송국이 나쁜것이다. 대신에 프로야구는 프로축구 보다 방송 노출이 많으니 야구 역시나 나쁜것이며 야구가 그렇게 노출이 많이 되는 것에는 뒷거래등의 음모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구 음모론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축구 이야기를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에서 야구를 들먹거리며 비하하는건 별스러울것도 없는 일인듯 하다. 거기서 기분이 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기분 상하는 사람이 야구팬이기 때문이며 야구팬인 주제에 축구 이야기하는데 끼어든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는거다.



자, 웹툰과 축구팬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자기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쓰는 단어라고 그 맥락에 대한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사용한 연예인의 문제를 잘 꼬집었다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 맥락에서 말한 것이 맞다. 자기 패거리에 들어온 대상이면 이성적인 판단이나 고려가 마비된 채, 그저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식으로 부조리를 퍼트려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그러나 '절대악'에 대한 처단을 연예인 한명을 본보기로 세워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이기는 하나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그 맥락에 대해서 속속들이 다 설명하고 있질 않나, 물론 타의가 많이 작용했겠지만. 그 결과로 자기가 애초의 발언에 대한 맥락을 따지지 못할 정도로 몰상식하고 무식하다는 고백을 한 것에 다름없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우리들 시민은 그 모자란 성원을 받아줘야 하는것 아닌가? 비록 그 입을 통해 나온 발언이기는 하지만 본의는 아니었으며 그런 주장에 동조하지도 않는다고, 사과한다고 발언을 한 이상 그녀의 실수를 인정해 줄 여지는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특정인을 '일베돌'로 비하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의 '패거리'를  공격한 사람에 대한 보복이 최우선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감정이 그렇게 이끌려가는것 자체를 죄악시 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그들의 집중포화가 민주주의에 하등 도움이 되지는 않을거라는 점은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면에서 진중권씨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발언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점차 이성을 내팽개쳐버리고 패거리의 논리로만 안정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성이 그런 시도들을 바로잡아 왔더라면 연예인의 입에서 이렇게 아스트랄한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을 테지. 우리는 실수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한다. 부디 '민주주의'를 자신만의 패거리 구분으로 폄훼시키지 말기를. '무개념 연예인' 은퇴시킨다고 해서 성취될 수있는  우스운 성질의 것이 아니니.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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