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92019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  
  •  

'Pin-up Girl'이라는 단어가 있다. 벽을 장식하는 포스터나 화보, 그 포스터나 화보를 장식하는 여성들을 말하는 당대의 아이콘같은 의미의 단어 말이다. 그런 작명 법이라면 '핀업 무비'라는 단어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런 경향이 많이 없어졌지만 한 때엔 유난히 '잘 팔리는' 영화 포스터가 있었고, 경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액자로 까지 만들어져 연예인 사진이나 유명 그림의 모사작과는 또 다른 나름의 지분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가지 색  삼부작 '레드,블루,화이트'는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음에도 그런 포스터를 생각해 볼 때 빼놓지 못할 작품이고, 아무래도 압권은 '그랑 블루'겠지. 물론 반드시 'Le'가 들어간 프랑스어 버전의 포스터 여야 겠고. 내 기억으로는 이런 핀업 무비의 역사는 '타이타닉'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또 한편 있다. 바로 이 영화 '레옹'이다.



사실 몇 년만에 보는건지도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오랜만에 (그것도 극장에서) 본 '레옹'은 좀 헐거운 짜임새의 영화였다. 프로페셔널 킬러와 부패 경찰 무리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은 소녀의 인연으로만 끌고 가기엔 줄거리가 너무 널널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아무리 어리숙한 면이 있는 레옹이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평상성을 유지하고 살던 킬러가 소녀의 불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데 별 방해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좀 그렇고, 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했던 거에 비하면 중간 중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여서 좀 놀랍기도 했다.


 그 빈틈을 메워주고 있는건 아직까지도 생명력이 다 하지 않은 레옹과 마틸다의 캐릭터. 냉정한 킬러의 모습과 '빙구'눈빛이 공존하는 장 르노의 레옹과 이제 갖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위태롭고도 당찬 모습을 보여 준 나탈리 포트만의 마틸다는 일당백의 기세로 영화를 끌고 간다. 나이는 먹을 만치 먹었지만 아직 아이인 레옹과, 이미 다 자랐지만 아직 나이가 충분하지 못한 마틸다는 마찬가지로 힘들고도 서툰 걸음을 한걸음씩 걸어 낸다. 그렇기에 둘의 여러가지로 위태 위태한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거겠지. 더불어 그 때엔 알지 못했던 부분이 음악의 사용인데, 마치 표정과 몸짓으로만 전달되는 의미를 보완하기 위해 배경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무성 영화 시절의 작품처럼 이 영화엔 배경음악이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사용된다. 조금은 헐거운 이야기를 대신해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화학작용을 일으켜 보다 매력적인 작품이 되게 하는데 적지않게 기여를 했던게 바로 이 배경 음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예전에 봤을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보석과도 같은 장면이 있는데 스탠스 필드(게리 올드만) 일당이 마틸다의 가족을 '처치'하러 몰려드는 대목이 그랬다. 약속했던 정오가 되자 그 차림새도 다양한 무리들이 하나 둘 계단을 타고 올라와 보는 사람이 없는지 경계하며 각자 위치를 잡아가는데 그 별스러울것 없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리듬감이란...ㅎ 한 사람은 쭉 계단을 올라가 위층을 경계하고, 뒤에 등장한 두 사람은 복도 입구 정도에서 주위를 살피며, 그 순간 등장하는 '게.리.올.드.만'. 다시 위층에 올라갔던 사람이 내려와 그와 함께 일을 치루는 그 동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쾌감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정말 특별할것 없는 그저 경계하고 자리 잡는 대목일 뿐인데도 오히려 어떤 총격전 보다 더 화려하면서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던 대목이라고 느꼈다.


따지고 보면 사춘기 아이의 성장기로도 읽힐 만한 이야기다. 앞서 거론 했듯이 나이만 먹었지 세상과 지내는 것에는 열두살 소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레옹은 그저 안전한 껍데기 속에서 최대한 노출을 꺼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항상 행복해 하고, 궁금한 것이 없는 그런 삶. 그는 화분 속에서 안전하고 편안하다. 반대로 억지로 광야로 내팽개쳐진 마틸다는 가족을 잃은 슬픔마저도 솔직하게 남에게 털어놓지 못할 정도로 위악적이다. 아버지는 누가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였을 거고, 어머니는 어차피 친엄마도 아니었고, 언니는 어차피 다이어트도 성공 못할거 죽어서 아쉬울거 없고, 그저 죄없는 네살짜리 남동생을 죽인것만이 원한의 이유라 말하는 마틸다는 지극히도 열두살 소녀 답지 않은가. 몇 분 전까지 원수같이 으르렁 댔던 가족을 그리워하고 죽음에 대해 슬퍼하기엔 동생이라는 핑계가 꼭 필요한것이. 그렇게도 미숙한 둘은 서로를 배워가며 세상에 닿는 법을 알아간다. 그렇게 둘은 나란히 서서 세상에 뿌리를 내렸다. 




                                                              '감기 예방은 비니 모자로 부터'








#1. 생각해 보면 학교도 잘 안나가는 마틸다가 어떻게 먼로의 'Happy birthday, Mr.President'를 알았던 걸까? 

     저쪽 문화권에선 먼로와 그 노래를 연결시키는게 그렇게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건가?

     하기야, 그런걸 학교에서 가르칠 일은 없으니 학교 안나가는거랑은 별 상관이 없긴 하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어린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