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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장지구(서영주)가 있다. 그의 나이 열 예닐곱. 그러나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보호 관찰 중이며 그의 곁에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외할아버지 뿐이다. 그러던 중, 몰려다니던 무리에 휩쓸려 '특수절도'라는 죄를 짓게 된 지구. 별 도리 없이 소년원에 가게 되고, 그 와중에 유일한 혈육이었던 외할아버지는 돌보는이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열 예닐곱 나이에 지구를 낳은 장효승(이정현)이 있다. 겨울에 친구들과 설악산에 놀러갔다 잘생긴 남자 하나를 만났다는 그녀. 그저 하룻밤이었지만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뒤늦게 아이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이름도 다닌다는 학교도 모두 거짓이었다. 그 뒤로 아이를 부모에게 맡기고 가출해 연을 끊고 살던 중, 자신의 아버지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고 자신의 아들은 소년원에서 출소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지구와 효승은, 만난다.    







신기한 일이다. 이 영화는 목소리를 드높여 주장하지 않는다. 사회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지구와 효승이 어떻게 차별을 당하며 범죄의 현장으로 흘러드는지 강조하지 않는다. 원래는 이만큼이나 착했는데 어떤 오해가 겹쳐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썼다는 억울함도 강요하지 않고, 순수한 그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가진자'들의 횡포를 성토하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집에서 내 쫒는 효승의 후배는 얼마나 많은 손해를 감수 했던가.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효승을 돈한푼 받지 않고 집에서 같이 살게 해주고, 자신의 미용실에서 일도 하게 해주고, 말없이 소년원에 갔다 왔다는 지구를 집에 데려와도 받아 줬는데. 결국 못버티고 그 집을 나서야 할 처지가 되자 그 동안의 시혜는 몰라주고 행패를 부리는 효승에, 그 뒤로 오랜만에 만났다며 그래도 아는체를 했던 지구에게는 엄마가 자기 버린거 아니라며 쌍욕이나 듣고 있으니.


그래서 난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지 '물이 반밖에 안남았네'라는 감상을 가져야 하는지 잠시 혼동을 느꼈다. 지구는 결국 또 '사고'를 치고 소년원에 가게 되었고, 효승은 결국 술집에 '취직'을 했다. 그럼에도 둘은 몇 달뒤에 또 찾아올 재회를 준비하고 있다. 미련하고도 이성적이지 못한 혈육의 그 끈을 둘은 놓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 줄 백마탄 왕자님 같은건 없고, 다시 맞은 재회라고 이전과 다르리라는 보장 역시나 없다. 몇 달이 지난 후라도 지구는 소년원을 들락 거린 전력을 가진 문제아 일 것이고, 효승은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이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 미혼모 일테니.


가만 생각해 보면 특수절도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이 꼬리표로 붙은 문제 청소년이라는 처지와 술집에서 혼갖 희롱을 당하며 일해야 하는 처지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생채기 일까?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그렇게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터라 순간 순간 놀라게 된다. 무언가 특별난 이유가 있어서 '머리에 뿔달린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살며, 그래서 머리에 뿔달린 행동들을 하고 살것만 같은 그들. 하지만 그들도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기도 하면서 산다는 사실을 맞이 했을 때의 감정은 노예로 부리기 위해 데려온 피부 검은 사람들을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줘야 했던 사람들의 '곤혹스러움'과도 같지 않을까? 


이 영화의 의도는 이들의 세상에 대한 '공기'를 맡게 해주는 것이었나 보다. 섣부르게 용서나 관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해서는 단지 격리 밖에 대책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맥락을 살펴볼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했던것 같다. 그래서 애매하니 밍숭맹숭한 영화의 마지막은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물 반컵은 그대로 물 반컵일 뿐이지 반이나 남았는지, 반 밖에 안남았는지로 이러쿵 저러쿵 할일은 아니지 않은가. 물 한스푼을 덜어내면 반도 안남게 되는거고, 한스푼을 더하면 반보다 더 남게 될 뿐이다. 거기엔 반이나 인지 반밖에 인지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 잊고 있었다. 이정현이 '꽃잎'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천재 소녀였다는 사실을. 

   철부지 인듯이, 악에 받친 듯이 험한 삶을 살아내는 효승의 모습에는 더하고 덜할 것이 없었다.


#2. '목소리 큰 영화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데 어찌 살아남게 되었는지가 미스테리;;;

     (부정적인 의미로) 더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여부는 거의 확정적인듯;;;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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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tkhm.tistory.com BlogIcon 릿찡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2.11.29 12:22 신고

    불쌍한 이들에게 법을 약하게 집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론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따라서 저는 거기에서 뒤집어, 그냥 높으신 분들에게 법을 과하게 집행하면 그럭저럭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쩝....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쌍한 이들의 범죄율이 줄어드는건 아니지만요.

    • Favicon of https://otkhm.tistory.com BlogIcon 릿찡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2.11.29 14:23 신고

      뭐랄까, 난새가 도래하면 미쳐 돌아가는 사람들이 여럿 생기는 법이죠. 그런데 그런 시대가 오히려 좋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 역시 그 미쳐돌아가는 사람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