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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여?


네. 

늙은..개 같아요. 

새로운 재주를 익히려고 용쓰는,

늙은 개.


 



이 영화는 시리즈가 갖고 있는 '퇴물'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은유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뭐 대영제국으로 불리웠던 영국의 '쇠락'에 대한 거론은 이제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고, 본드도 나이가 들고 부상을 당해 요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해킹으로 인해 비밀 요원들의 정보가 빠져나가 조직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자 MI6는 양지로 나아가 자신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해 보여야만 한다. 왜 이시대에 아직도 고리타분한 옛날 방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말이다.


사실 나에게 007시리즈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다. '이전'에는 농담거리로 전락할 만큼 뻔한 특유의 구조가 지겨웠다면, '이후'에는 '본'이나 '헌트'같은 후배들의 뉘앙스를 오히려 따라하는 듯한 접근에서 조금 다른 측면의 구태를 느꼈다. 그런데 시리즈 탄생의 50주년을 기념한다는 이 영화는 대담하게도 바로 이점을 다루고 있다. 재기넘치고 팔팔한 후배들이 이미 새로운 스파이 물의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심지어 초능력을 지닌 수퍼 히어로들이 범 지구적인 활동을 벌이는 상황에서, 특수장비 따위 없이도 엄청난 사고들을 뻥뻥치고 있는 위키리크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골칫덩어리들은 소련이나 나치가 아니라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을지 모르는 '브레이빅'같은 존재들인 상황에서 도대체 007 시리즈는, 비밀 첩보원은, 제임스 본드는 어디서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면에서 MI6를 비롯한 제임스 본드와 악당 실바의 대결이 올드 스쿨대 최첨단 컴퓨터 기술의 대결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컨셉의 짜임새로서도 어떤 위트의 측면에서 봤을때도. 그 덕에 비록 자의는 아니었지만 제임스 본드는 자기가 가장 뛰어났던, 자기가 가징 빛이 났던 시대로 되돌아가 온전히 그 때의 방법으로 악당을 상대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흐름을 타고 우리는 007시리즈의 50년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게 되는거다. 

처칠의 벙커나 구식 애스턴 마틴같은 배경,소재들도 그렇지만 컨셉의 정점을 보여주는 부분은 결국 '스카이 폴' 저택에서의 '결투'다. 이미 네트워크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은 실바의 손에 넘어간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본부던 어디던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마치 피씨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한은 좀비 피씨가 되어 누군가를 공격하는데 이용되거나 그런 공격의 피해자가 되는것에 안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통제권이 넘어가 버리면 몇 단계의 철벽 방어 시스템도 곧바로 상대의 무기가 될 뿐. 그래서 본드는 허허 벌판 한가운데 외롭게 서있는 저택으로 향하게 되는거다. 상대의 먹잇감이 없어서 상대의 강점을 최대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아날로그의 세계로. 오랜 경험으로 인해 상대는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우위를 가지고 상대를 맞이 할 수있는 올드스쿨의 세계로. 

이런 결과로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과거의 음악들이 한데 모여진 베스트 음반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제껏 이어왔던 '뉴' 본드와도 어딘가 거리를 두고 과거의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걸 보면. 마치 첩보원 영화의 어떤 '원형'의 정수를 마음껏 뽐내고 싶었던 의도를 가졌던 것도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제껏 이 시리즈에 별 관심이 없던 나같은 사람도 이 영화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했지만 문제는 이 이후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경우에 베스트 음반 이후에 이전과 같은 어떤 성과를 내는 아티스트는 없었다. 사실 더이상 내놓을 것이 없기에 찬란했던 과거를 취합해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거겠지. 

첩보원의 '원형' 정도가 본드의 존재 목적이라면 그는 이미 박물관에 있어야지 본이나 (본도 거의 호흡기 뗄락 말락하는 마당에) 헌트나, 아이언맨 같은 이들과 같이 필드를 뛰어다닐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번 미션의 성공은 M이 뒤를 봐줘 성공한 체력 테스트 처럼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다. 성공은 분명 성공이지만 그렇다는 거다. 문제는 이 다음. 과연 이번 미션의 결과물을 배신하고 '새로운 재주'를 익히기 위해 용을 쓰게 될 것인가, 아니면 뉴 버전을 낳았던 그 실패로 되돌아 가게 될 것인가. 그의 취미대로 제임스 본드가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다음 뷰 베스트. ㄳ.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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