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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본디 특정한 색깔을 지닌 동물 중 일종의 유전적인 이유로 해서 모발, 피부등이 흰색을 띄게 되는 개체를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동물들은 무언가 상서로운 존재로 취급받곤 했다. 아마도 드물게 발견되는 경우다 보니 그 희소성이 남다른 가치가 매겨지는데 일조했을 테지. 하지만 상서로운 존재라는건 사람들이 바라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대부분 야생에서 알비노로 태어난 동물들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게 될 뿐이다. 포식자이건 포식자의 먹이가 되건 간에 서로의 눈에 띄지 않을 수록 생존에 유리한 법인데 온 몸이 하얗게 도드라지니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불리 할 수 밖에. 어떤 축복을 받아 신비로운 존재가 된 것이 아니고, 어떤 잘못으로 저주를 받아 생존에 위협을 겪게 된 것도 아니다. 단지 확률의 고약한 선택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아름답고도 슬픈, 알비노라는 기적.

 

 


 

 시스토 로드리게스 라는 일종의 현상을 짚어 가다 보면 그 대목마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어'라는 말을 내 뱉을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음악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거대한 흐름으로 이끄는 존재가 된다는 건, 뭐 꼽아보자면 몇 몇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일부러 어떤 흐름을 이끌어 보겠다며 음악을 만든다고 해서 그 음악이 효과를 낸다는 것에 대한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일이며,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의미들이 덧입혀 지며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 70년대 초의 남아공 젊은이 들에게 로드리게스의 음악은 그 자체로 저항이자 정부의 핍박에 대항하는 구심점에 다름 아니었다. 정부는 그의 앨범을 방송 불가로 묶는 방법으로 싸웠고, 젊은이들은 그의 노선을 따르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며 그런 정부에 싸워 나갔다. 흑인들 뿐 아니라 백인들 역시나 억압적인 당시 정부에 시달렸으며 많은 것들을 금지당한 상태에서 음악은 몇 남지 않은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기적은 심지어 로드리게스가 남아공 국민들 앞에 나선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 그 흔한 콘서트나 인터뷰같은 것도 없이 단지 음반이 알려지고 그 메세지가 퍼져나갔을 뿐이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있고 유투브가 있어서 공연한번 한적없이 입소문이 퍼져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심지어 그의 본명조차도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 진 바가 없었지만 남아공 국민들은 로드리게스에게 열광했다. 심지어 가수의 불분명한 실체는 오히려 더 신비감을 돋우는 역할을 해서 그의 최후에 대해서도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떠돌 지경이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의 '기적'은 아직 더 남았다. 어느 순간, 남아공 사람들은 로드리게스라는 아티스트의 존재감 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로드리게스의 모국인 미국에서는 그의 존재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미국에서 철저하게 무명이었다. 음반을 내고 활동했던 70년대 이후로도 쭉 무명이었고 눈꼽만큼의 주목도 받아 본 일이 없다. 아무리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한 쪽에선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는데 한쪽에서는 음악에 대한 평가는 커녕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니. 게다가, 이렇게나 훌륭한 음악이. 


이 기적의 화룡점정은, 그가 남아공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단순 노무자로 삶을 이어 오고 있었다는 점. 가난하지만 피폐하지는 않게, 혹은 피폐하진 않지만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클라이 막스는 시스토 로드리게스가 그의 삶을 통해 보여준 감동으로 채워진다.








 마치 그를 둘러싼 모든것이 그의 음악을 위한 배경으로 이 세상에 만들어진 듯이, 그의 음악만이 하얗게 빛날 뿐 그외의 인생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불운의 연속이었다.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고,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기괴한 유통과정으로 인해 금전적 이득은 물론 누군가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것 조차도 그는 알지 못했다. 엄청난 확률의 불행을 계속 이어온 것이 시스토 로드리게스의 인생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 결과로 이 작품을 통해 로드리게스와 그의 음악을 접한 사람들은 그 확률이 선물해준 희고도 아름다운 존재를 선물로 받게 되었지만, 당사자인 로드리게스에게는 오랜 시간을 이어 온 고난일 뿐. 

 

 그럼에도 그는 가난함에 상처받지 않았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엄청난 성공 앞에서도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 남아공에서의 성공을 알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고 말하긴 하지만 크게 아쉽다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마치 흰 털이 알비노에게는 그저 털일 뿐인 것처럼, 엄청난 확률이 가져다 준 고난과 반대로 얻게 된 성공도 그저 그에게는 자신을 녹여낼 자신의 인생일 뿐이다. 그렇게 그는 미국에선 블루컬러 노동자이지만, 남아공에서는 스타가 되어 살아간다. 시스토 로드리게스의 진짜 기적은 이 지점이지 않을까? 이 엄청난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자신을 지켜 나간다는 것. 물론 이조차도 확률이 선물해준 기질일 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던 가난을 지고사는 그의 담담한 표정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희고도 아름답다.













<위의 사진, 동영상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원작자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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