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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빡씨다는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을 통과했다. 그 동안 케이블 스포츠 채널 캐스터로 지내 왔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던 격무에 그마저도 더 다닐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회사 사정상 짤렸던 건지 자의에 의해 그만 두게 되었던 건지는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네요;;)  어려웠던 시절 같이 고생해준 처 자식을 바라보며 기어이 해내고 만 내가 자랑스러웠고 앞으로의 꿈도 원대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스포츠 캐스터로서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
아.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회사에서 나보고 예능을 나가라고 하고 가발에 쫄쫄이를 입히기 시작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나도 썩 잘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불쑥 생겨 났다. 내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렇게 가발 쓰고 쫄쫄이 입으며 방송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소모되다가 어느 순간에 팔팔한 감좋은 후배에게 밀려나기라도 한다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은 어떻게 보상 받는거지? 가만..나랑 비슷하게 활동하는 다른 연예인들은 방송 경력으로 광고도 찍고 행사도 다니는데 말야..

아..스포츠 캐스터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내 꿈은 이대로 멀어지는 건가.



 


2.그 빡씨다는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을 통과했다. 요즘 잘나간다는 예능 전문 아나운서 만큼은 못하지만 나름 스포츠 중계 분야에 있어서는 경력도 쌓였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있는 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스포츠 뉴스 중계를 앞두고 낮쯤에 회식이 있었다. 안그래도 몸이 별로 좋지 않던차에 분위기상 술을 한잔 받아마셨는데 감기약을 먹었던 것과 합쳐져서 그런지 영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쩔수 없이 잠시 취침을 취해 본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지겠지. 드디어 저녁 뉴스를 준비해야 할 시간. 정신을 차려 본다.어라, 이거 어쩌지...상태가 영 말이 아닌데. 대타에게 맡기고 빠져야 하나? 아...그럼 조용히 못넘어 갈껀데;;
ㅇㅋ..나를 한번 믿어 보자. 내 경력이 몇년이던가. 술한잔에 감기약 따위, 미래의 무용담으로 두고 두고 써먹어 주마. 방송 3초전,2, 1, 고!
"안녱하심꽈....~"


'헐..내 혀가..내 혀가..왜이러지?"


이상이 같은 회사 소속이었던 아나운서 둘의 사례에 대한 내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인 재해석입니다. 그리고  내 생각과는 다르게 1번의 경우에는 몹쓸놈으로 찍혀 의리 모르는 프리 선언 아나운서의 대명사가 되었다가 요즘은 좀 그나마 잠잠해졌고, 2번의 경우에는 '한번 실수'로 용서 분위기가 우세한 결과로 좀 쉬시다가 올림픽 중계도 맡았는데 그 '실수'에대한 부담 때문인지 다른 생각이 있었는지 퇴사 하셨다더군요.


내가 이해 할 수 없었던 부분은 2번의 경우를 놓고도 '실수'라는 표현이 나온데 대한 것입니다. 갑자기 생리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던가, 발음이 꼬였다던가 하는 경우라야 비록 극도로 주의해야 될 상황이기는 하겠지만 실수라고 할 만하죠. 온전히 내 의지로 완벽하게 통제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그 이유가 좋지않은 컨디션에 감기약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어찌되었던 발음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상황에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면 그런 판단을 한걸 실수로 봐 넘겨주어야 하는 일이었던가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방송국 에서는 특수한 상황을 대비해서 언제나 백업을 나설 수 있는 인원들이 있는 상황이었고 굳이 되지도 않는 발음 상태로 외줄을 탈 필요가 없었더군요. 그렇다면 남은 이유는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술이던 약이던 뉴스 전에 몸관리 못했다고 윗선에서 질책받을까봐 그냥 때워보려 한것이거나, 심지어는 뉴스 들어가기 전에 원고 조차도 미리 살펴보지 않았던 거겠죠. 어느 쪽이던 (두번째 이유는 조크에 가깝지만 )자신의 자리에 따르는 사명의식이 결여된 상황이었다는건 의심할 수 가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일종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 나서는 사람의 자세가 이 정도 였음에도 스스로는 물론이고 내가 느낀 상당수 여론은 '실수'라고 한다는 것이,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에게 쏟아지는 (내가 느끼는) 대부분의 여론, 돈에 환장한 배신자라는 재단과 비교해 본다면 어찌 이렇게 관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방송에 임하는 충실도를 따져 본다면 프리 선언한 1번 아나운서가 2번 아나운서에 뒤질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기준에 의해서 동종업계에 종사했던 두 아나운서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도 갈리는 건지..

애초에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들을 예능 엠씨로 돌리기 시작했던게 아나운서들 노조에서 저변 확대를 위해 예능에도 내보내 달라고 힘을 써서 그렇게 되었던 거였나요? 방송국에서 시청률 확보를 엠씨 몇명의 이름값에 두고 서로 경쟁들을 하니 갈수록 제작비는 부담되어 가고, 그 대안으로 예능 전문 아나운서들을 밀기 시작했던거였는데, 만약 예능프로그램에 재능이 없었다면 그 아나운서들을 계속 쓰지는 못했겠죠. 실제로도 한참 붐이 일었던 아나운서들의 예능 프로진출에서 모든 아나운서들이 다 두각을 나타낸건 아니었구요.

방송국은 예능에 대한 재능을 필요로 했고 한참 잘 써먹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어떤 아나운서들은 자신의 재능을 한곳에만 싸게 넘길이유를 못찾은거구요. 서로의 계약 관계에 불만이 있다면 그 계약이 깨지는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그런식으로 퇴사하는 직장인에 대해서 왜 도덕적으로 이러니 저러니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뭐 기존 소속의 방송국측에서 자사 출연금지를 시키는 부분은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그럴 수 도 있다고 봅니다. 당장의 이해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계약 관계에 불만이 있어 나갔는데 계속 출연시킨다는게 사측에서는 내부의 사기 문제도 있고, 흔히 말하는 괘씸죄에도 해당 되겠죠. 많은 가능성을 보고 나갔으니 안정성은 포기하라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고 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일반 시청자들은 저 직장인들의 퇴사에 대해서 무슨 배신감을 느낀걸까요?  내가 알기로는 요즘은 어린 친구들도 '옵하'가  누구랑 사귄다고 사진에 눈도려내 보내고 면도칼 보내고 그러지 않는다던데 이건 어떻게 생겨먹은 팬덤이기에 자기 살길 찾아 나서겠다는 사람에 대해서 온갖 저주들을 쏟아 놓는지. 애초에 예능 아나운서들과 시청자들의 관계는 재미를 주고 기대하는 관계 아니었나요? 퇴사하고 나서는 그 재미를 주고 받는데 장애라도 생기는 건가요? 경쟁력이 없으면 누가 사정해도 봐주지 않을꺼고, 어떤 사람들 잘 하는 말로 안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경쟁력이 있다면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게 합당한 것일테고 말이죠.



제가 굳이 처음에 두 사례를 든건 우리가 방송에 나오는 저 사람들에 대해서 기대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왜 저사람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 하고 있는지, 그 비용만큼의 결과물을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우리가 지불을 하는건 그 사람의 방송 모습에 대한 것이지 그사람의 인생 전체에 대해서 지불하고 있는게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러 포용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저들의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건 좀 과욕이죠.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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