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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썰을 풀기에 앞서 제시하는 이 영화의 관람 tip하나. 이 영화를 관람하는데는 나름의 '토템'이 필요하다 (내가 말하는 '토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인터넷 검색창에 '인셉션'을 친 후 각종 영화평들을 훑어 볼 것). 애초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내가 가지고 들어간 캔커피 한 모금, 한 모금이 내가 관속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적당히 달짝 쌉쌀한 액체의 맛이 혀에서 느껴질 때마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쏟아지는 압도적인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희석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만큼 좁은 관속의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는 90여분 동안의 현실감을 '제대로' 표현해 낸다. 조심하시라.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한동안 가슴이 두근 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혹 넓은 극장을 전세낸 듯 혼자 사용해서 더 실감나게 몰입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둠속에서 눈을 뜬 이 사내의 이름은 폴 콘로이. 직업은 트럭 운전사. 여기는... 이라크 하고도 아마 사막에 묻힌 관속. 이라크 재건 사업에 동원된 트럭 기사들 중의 하나였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호위를 받으며 운행을 하던 중 습격을 받았던 것까지는 기억이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지포 라이터, 약간의 술, 볼펜, 야광봉, 손전등, 그리고 핸드폰과 함께 묻혀있는 신세. 가만, 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 하게 될까? 그러니까, 당황,좌절, 답답함, 울화등의 감정이 순식간에 다 지나간 후에 어떻게 행동하게 되며, 그 상황에서 관속에 묻힌 사람이 어떤 장애물들을 맞딱뜨리게 될까 하는 점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줄거리의 전부다. 

어딘가 유령의 손에 이끌려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 봤던 스크루지같은 처지의 폴. 다만 지금 그의 손에 잡힌것은 유령의 손이 아니라 튼튼하게 생긴 블랙베리 폰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폴은 좁은 관안에 갇힌채 '블랙베리의 손을 잡고서' 가족, 회사, 국가 그리고 자신을 묻은 자를 만난다. 더 정확하게는 가족의 목소리대신에 자동 응답기의 음성을, 회사나 국가의 도움 보다도 책임자를 바꾸는 동안의 연결음을, 단지 일을하러 왔을 뿐 왜 군인도 아닌 자신이 갇혀서 죽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 대신 자신의 몸값이 500만불임을 듣게 된다.

 심지어는 땅에 묻힌 상태에서도 안테나 연결이 되는 핸드폰으로 온 세계가 연결되어 있지만 실상은 통신이 연결되느냐와는 별도의 문제로 마치 땅속의 관에 갇힌 것과 같은 처지의 개인. 이전에 재밌게 보았던 한국 영화 '김씨 표류기'의 엇비슷한 설정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우여 곡절 끝에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밤섬에 갇혀 핸드폰으로 도움을 요청하려는 주인공 남자 김씨를 마주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 설명에 대한 비웃음, 혹은 불신. 그리고 뭘 좀 사시라는 광고 목적의 스펨 전화. 밤섬에 갇힌 남자 김씨에게 핸드폰이 별 소용이 없게 된것은 배터리가 이내 닳아버리기 때문이지만 배터리 용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폴에게도 핸드폰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항상 인터넷을 끼고 살던 여자 김씨가 외톨이였던것 처럼.

마치 땅속의 관에 갇힌 극단적인 상황이 폴을 이성 보다는 문득 문득 발생하는 (소리치고 발버둥 치고 싶고 화내고 욕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에 더 쉽게 반응하게 만드는 것처럼 폴이 블랙베리의 손을 잡고 만난 대상들도 상황이 더 극단으로 치달아 갈 수록 애초의 이성적이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반응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 시작은 첫 통화에서 들려오는 '거기가 어디라구요? 이라크? 여기는 아이오와 911인데요'라는 대답이지만 그 끝은? 심히 창대할거라고 장담한다.

관객들이 땅속에 갇힌 폴 콘로이에게 감정 이입이 쉽게 되는 것은 단순히 폴 콘로이역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고, 영화 제작진이 실감나는 솜씨를 발휘했기 때문만은 아닐것 같다. 그 정도라면 캔커피 한모금에 당장이라도 거리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다만 스크린 바깥에서 관속에서 발악을 하고 있는 폴을 바라보는 입장이라도 그를 짓누르고 있는 또다른 환경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폴은 단순히 흙속에만 갇힌것이 아니었던 거다. 그리고 관객은 폴을 가두고 짓누르고 있는 압력이 자신에게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전에 비슷하게 느껴본적 없을만큼 실감나게 느끼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한가지 tip을 더 말해 보자면 이 지점에서 느끼는 실감나는 감정에는 토템이 먹히지 않는다. 아마 영상이나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픽션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느끼고 있는 현실이라서, 그래서 그런것 같다.








<위의 사진들은 모두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  ㈜ 화앤담이엔티,크리스리픽쳐스인터내셔널㈜ 에 있습니다.>
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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