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2017  이전 다음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1.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의 학생들을 모아다가 합창을 시키면서 갱생을 시켜보자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승철 팀, 엄정화 팀으로 나뉘어서 경쟁을 벌인 뒤, 이긴 팀은 폴란드 합창대회에 나간다는 일종의 당근까지 주어졌다. 그러나 쉽지 않은 아이들을 모아 놓았으니 쉽게 진행이 되지 않을것임은 자명한 일. 도중에 한 아이가 연습 시간에 빠져야겠다고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냥 연습장을 빠져나가 버린다. 코치 엄정화도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벽 앞에서 멘붕. 프로그램의 작가가 뒤 쫒아가 설득을 해 보다가 역시나 벽에 부딪치자 반 하소연조의 한마디를 뱉는다. "넌, 이걸(합창을) 왜 하는데?"


2. 울릉도 전지 훈련(?)을 간 합창팀. 이 들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합숙훈련을 하는 동안 술과 담배가 금지되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이제껏 들떳던 감정은 어디론가 싹 사라져버리고 동요하는 아이들. 당연한 수순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담배 및 허용되지 않은 소지품을 걷으려 하지만 역시나 쉽게 따라 줄 아이들이 아니다. 그 와중에 한 아이가 카메라가 켜져있으니 애들이 쉽게 내놓지 못하는것 아니겠냐는 지적을 한다. 카메라를 끄라는 그 아이와, 끌 수 없다는 엄정화 코치를 비롯한 '어른들'. 왜 끄면 안되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담배를 걷는 것)도 방송(촬영)이야, (카메라를 끄는 건) 안돼."



물론 3회차 분량의 방송으로 담기에 실제 촬영기간은 몇 달에 걸칠 정도로 길었고, 당연히 방송으로 나온 편집본만을 보고 가늠하기엔 보이지 않은 수 많은 맥락들이 있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방송 제작진의 편집의 과정을 거친 내용만을 보기에도 이 프로젝트는 적지않게 함량이 떨어져 보인다. 


위에서 든 사례만을 일단 놓고 얘기해 보자면, 일단 선 후 관계는 2번이 먼저, 1번이 그 후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례에 등장하는 아이는 동일인물. 당연히 묘하게 균열이 일어나는 동일한 맥락이 보이는데, 아주 간단하게는 '권위에 대한 타협 시도와 실패' 정도로 정리 할 수 있겠다. 청소년과 담배는 절대 호응할 수 없는 개체이고 따라서 거기엔 어떠한 타협의 여지도 없으므로 새 출발을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게 '어른들'의 입장이었다면, 거기에 대한 아이들의 최소한의 타협 지점이 일단 카메라를 끄고 걷자는 거였다. 종종 폭발해버리곤 하는 아이들의 반응에선 그 순간에 카메라를 끄라고 요구하는 공통된 지점이 있었는데, 이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 있었던거다. 그 속이야 아이들 스스로도 잘 몰랐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스스로의 모습이 화면에 담긴 결과가 어떻게 될 지를 본능적으로라도 알고 있었기에 그런게 아닐까라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그리 무리한 짐작도 아니지 않은가. 전국 방송에 나갈 모습이 찍히고 있는데 그게 흥분해서 소리나지르고 담배나 가지고 다니는 모습이라면 세상이 그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들은 그 순간을 부끄럽다던가, 그저 쪽팔리다고 느꼈을 수도, 혹 자신을 향해 쏟아질 비난에 무서웠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자신들이 하고픈대로 하고 싶다는 의지와 그럴 수 없다는 제작진의 의지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타협점을 제시했을 테지만 그건 여지없이 무시당하곤 했다. 


합창을 잘 해서 유럽에도 갈 수 있다는 당근이 아이들의 목적이라면, 그 당근을 제시한 제작진 쪽에선 그런 아이들의 인생을 담아내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서로의 목적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타협해 나가는게 '동업자'로서의 기본 자세일 텐데, 과연 제멋대로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보다 제작진이 얼마나 더 나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과연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담배를 걷는 것이 아이들의 '갱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그렇게나 신경전을 벌였는지가 궁금하단 소리다. 그건 갱생이나 아이들을 위한 선도의 의미라기 보다 '그림이 살아야 된다'는 자신들의 목적이 우선이었기에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부분이었지 않겠는가. 반복하지만 선도나 호의의 의미이기 보다 서로의 목적과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이었음에도 왜 어른들은 당연히 아이들을 윽박지를 수 있다고 여겼던걸까? 물론 아이들의 입장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카메라를 끄고 걷었다고 마법처럼 아이들이 모두 담배를 순순히 내놓았을거라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에게 담배는 안돼'라는 사회의 규율을 어겼기에 그런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대화도 없다는 식의 일방적인 자세가 아이들이 자의에 의해 담배를 내놓을 기회를 빼앗아버렸다는 부분은 제작진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적어도 이 문제아들을 그저 배제하고 밀어냈던 어른들과는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선 안되었던 거다. 


1번 사례에서도 이제 부터 진짜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그날에 성형 시술 예약이 되어있다며 연습에서 미리 빠지겠다는 아이를 본다면 그 아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다. 나도 그랬다. 아마도 방송을 봤을 많은 사람들이 혀를 끌끌차며 아이의 인성을 탓했겠지. 하지만 방송 제작진들 마저도 그 옆에서서 혀나 끌끌차고 있어서야 될말인가? 왜 미리 잡혀있던 연습시간에 시술 날짜를 예약했는지,자신들이 왜 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한마디도 없이 '학생이 필러를? 그것도 이 중요한 합창 연습날에?'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고 수도 없이 타협을 시도하는 아이 앞에서 안된다는 말밖에는 못하고 있는 어른들이 엇나가는 아이보다 더 답답했다. 학생에게 필러는 전혀 필요없는 시술이라는 생각에만 매여있으니 심지어 그 핑계로 연습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빠지겠다는 아이에게 궁금한 것이라곤 '왜 필러를?' 밖에는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정해진 연습시간이 30여분 밖에는 남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완벽하게 다 준비가 끝날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들이라도 꾸준히 대는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과연 왜 (중요하지도 않은) 필러를? 이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 한마디에 어린 나이에 잘난 외모로 밖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없는 컴플렉스가 물흐르듯이 술술 나오기라도 할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꺼냈을까? 결국엔 '너희들을 모아서 합창을 하려고 했던 우리의 의도와 너의 지금 욕구는 동시에 충족되기 어려운 것이다, 너의 욕구가 처음 합창을 하려했던 마음가짐 보다 큰 것이라면 더이상 너와 함께 할 수 없다, 진지하게 둘을 생각해 보고 그래도 결심이 바뀌지 않는다면 너와는 오늘까지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하지만 빤히 정해진 결론을 입밖으로 내는것 조차 어른들은 아이에게 미루고 말았다. 이로서 어른들은 끝까지 아이의 손을 잡으려 안달 복달했으나, 못된 아이는 그 손을 뿌리치고 떠나버렸다는 그림이 완성 되었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무슨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쯤 되었다라고 말하려는건 아니다. 단지 솔직하지 못한 어른들 (방송 제작진)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그들 역시나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아이들의 인생에 끼어든거지만, 세상이 버린 아이들을 거두기 위해 열린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는 자아 도취에 빠져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물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에 그렇다. 둘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기회를 걷어차는 배은망덕한 어린양으로만 접근하니 애는 쓰지만 결과물이 신통치 않을 수 밖에. 그저 합창이면 새사람이 될 수 있다는 식이니 토달지 말고 무조건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좋은거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거라는 폭력이나 다름없어 보이고, '못된 아이들인 너네들에게 관심을 주고 있는 우리는 겁내 쿨하고 착하고 멋진 사람 뿌잉뿌잉'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아이들의 실체를 살피는데 소흘하니 그 아이들의 행적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수 많은 아이들에 대해서도 무신경해서 일진 미화논란도 벌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제작진 역시나 아이들 보다 자신이 우선이었고, 그걸 인정하지 못했기에 그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으며, 그 결과로 그 아이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까지는 시선이 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이 프로젝트는 최종회 방송만을 남겨 두고 있다. 그 방송에서 이 부조리들이 모두 해소 된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의 실수가 덮어지는건 아니다. 방송 사이의 며칠 동안 '오해'는 해소되지 않고 지속될 것이며 그 사이에도 합창단과 과거 그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아이들 모두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제작진은 어떻게 배상할것인가? 그게 가능하긴 할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어린쥐™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