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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추석 선물세트들이 돌아다닐 때가 되었다. 참치나 햄 통조림, 치약 및 샴푸나 식용유등이 명절 선물세트라는 이름으로 구성되어 매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팔려나간다. 이전처럼 먹을것이나 물품이 귀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선물세트의 구성품들은 선물이라고 하기엔 이제 그 지위를 많이 잃었지만, 신기하게 많은 사람들이 저러한 물품을 '선물'로 준비하고 주고 받는다. 물론 선물로서의 지위는 잃었을 지언정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에 여지껏 세트로 구성되어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어린 왕과 권력욕에 불타는 숙부, 천한 신분에서 최고의 권세가로 올라선 입지전적인 지략가, 반역의 무리를 막아선 당대의 실력자등등 수양대군의 이야기는 언제봐도 참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매력이 때가되면 꺼내어져 소진되니 마치 명절마다 돌아오는 선물세트를 보는 듯 하다. 그래도 예전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기억에서 잊혀질 때 쯤 다시 꺼내어지곤 했으나 요즘엔 미처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수양대군, 단종, 한명회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더구나 팩션사극이라는 외피까지 두르고 있으니 그 평범함이란게 거의 특별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근 몇년동안 사극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새로운 창작의 나래를 펼쳤던가. 개별 작품들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제는 팩션 사극이라는 시도자체가 애초의 새로움의 이미지를 벗어나 성의 없음에 가까운 고정관념을 주게 될 정도가 되었다. 이전처럼 먹을것 없고 물품 귀하던 시절이라면 피가되고 살이될 선물이었겠지만, 모든것이 풍족해진 지금은 유별나게 감동이 담긴 선물이 되기엔 부족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올해 나온 '수양대군 선물세트'에는 좀 색다른 구성이 포함되어 있다. 1차적으로 보면 그 유명한 단종과 수양대군의 이야기에 관상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일 테다. 이 고고한 역사의 큰 흐름앞에 역적 가문의 후손으로 숨어지내던 관상쟁이가 휘말리게 되는 구성이 이 영화의 히든카드 인듯 하다. 그리고 이 유명한 사건은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에 의해 관상에 따른 인과관계로 재해석되어 오묘한 분위기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양대군 선물세트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더구나 관상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전 정보에 의한 진부함을 떨쳐버린 후라면 언제라도 매력적인 이야기에, 얼굴 생김새로 사건의 앞뒤를 예상하고 풀어가는 인물의 등장이라. 끌리지 않는가?


그러나 애초에 우리가 기대하게 되었던 수양대군 선물세트와 관상의 비중과 비교해 봤을 때 생각보다 무게 중심을 더 많이 두고 있는 부분은 내경과 그 아들 '진형(이종석)'의 부자간의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의 인과관계상 내경과 그 아들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저 수양대군 선물세트의 연결고리로만 생각하기엔 적지 않은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그에대해서 말하기 위해선 일단 이 영화가 관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게 필요한데, 이 영화에서 관상이란 일종의 노하우와 같다. 한 인물의 성격이나 주위 환경은 얼굴 생김새와 행동 및 습관에 영향을 주게 되어 있으며, 그러니 예민하게 이를 집어 낼 수 있는 사람은 한 인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짐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극속에서 관상쟁이가 내경만 있는건 아니었지만, 학습치와 경험치면에서 그 예민한 짐작을 거의 쪽집게처럼 해 낼 수 있었던것은 내경 뿐이었다. 그리고 관상을 보는 것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며, 역적 가문의 후손이라는 굴레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은채 세상에 나가고자 했던 내경의 아들 진형이 내경만큼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읽어 낼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진형은 관직에 나가면 험하게 죽을상이라며 진형이 세상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말렸던 내경이지만, 관상이나 운명을 믿지 않았던 진형에겐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픈 욕구가 들끓을 뿐이다. 


급격히 기운 가문에 낙심하여 죽을 결심을 했던 내경을 살게 했던 아들 진형, 아비가 어렸을적에 건사를 잘 못해서 아들 다리를 절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한숨짓게 만드는 아들 진형. 이 절절한 부성은 또다른 노하우를 떠올리게 한다. 온 인생을 통해서 겪어낸 노하우와 이를 바탕으로 자식에게 좋은 길을 만들어주고 픈 아비와 그 바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 같은...뭐 그런거 말이다. 아비의 온갖 좌절과 아픔, 고난과 성취 같은 것들이 빚어낸 이 세상에 대한 통찰은 그러나 아직 어린 아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버겁기만 하다. 그 아비조차도 온 인생을 통해 알게 된것을 어찌 말 몇 마디로 다 이해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통찰이라는 것도 아들 세상에 와선 쓸모없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많은 것을 알고 있으나 불속으로 뛰어드는 아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아비의 그 초조함이란 언제나 되풀이 되는 비극인 것이다. 그저 서서 '잘 해보거라'라며 기대섞인 응원을 보낼 수 밖에.


그러나 관상에서 시작해 절절한 부성애를 거쳐 도착하게 되는 이 영화의 '운명론'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취하고 있는것인지가 확실하지는 않다. 한결같이 운명을 이겨 낼것이다, 그의 장담은 결국 틀렸다라던 극중의 사람들은 결국엔 관상쟁이가 예견한 운명에 맞게 그 최후를 맞게 되었다. 심지어 그 자신도 바람을 보지 못하고 그저 바람이 일으킨 파도만을 봤을 뿐이라며 자신의 '재주'를 낮추지만, 결국엔 그 바람이라는 것이 미래를 내다본 사람이라도 어쩔수 없는 정해진 운명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가장 강력한, 운명론에 대한 귀의가 아니겠는가. 물론 운명을 내다 본다고 파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반면에 정작 그 운명은 실행되지 않았으나 그 운명론에 대한 걱정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다고도 토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소재의 특성에 완전히 녹아들고자 했음인가;;; 마치 사주,관상을 보고 나온 양 잔뜩늘어놓은 변죽을 보고 난 뒤의 헛헛함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1. 김종서에 대한 분배(?)가 아쉽다. 

    수양에게 맞서는 실력자 김종서의 행동을 그저 선왕에 대한 충심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 싸움으로 봐야 할까?

    최소한의 설명이 있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2. 이로서 송강호 위기론은 지층아래 화석으로 묻히게 되었음.

     개인적으론 '냄쿵민수' 보다 '내경'이 송강호의 매력을 더 잘 살린걸로 봄.


#3. 납득이의 꽈배기는 잊어라.

     송강호,조정석 콤비의 춤에는 어떤 이름이 붙게 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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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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