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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호응을 이끌어 내려면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전형성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그 이야기만의 특수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하면 너무 뻔한 졸작이 나오기도 너무 난해한 괴작이 나오기도 한다. 줄타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한끗발. 그것이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못나오는게 비극(;;)이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단지 한끗발의 삑사리 였기 때문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회를 맞이해서 팀에 지대한 공헌도를 보인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이 박지성이 출전명단에 오를것이라고 기대했던 순간, 코칭 스텦진의 판단으로 그는 명단에 들지 못했다. 결승전 근처에도 오르지 못한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결승에 못오른것은 아쉬울 수는 있어도 비극이 되지 못하는것은 선수의 기술수준이나 유명세 와는 상관없이 우승이라는 성취와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고 박지성의 결승전 진출 좌절이 비극인 이유는 그 성취에 단지 한 발짝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영화 쌍화점은 여러가지로 그 '한 끗발'이 중요한 영화다. 줄거리를 가장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대외적인 성공과 대내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남자가 성공을 위해 사랑을 희생하려 했고 결국은 그로인해 모든것을 잃고 만다는 전형적인 구조인데, 심은하가 주연을 맡았던 '청춘의 덫'을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청춘의 덫'에서 한 끗발의 차이를 보이는데, 대외적인 성공을 위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여성인 자신의 부인이고 대내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남성인 자신의 호위 무사인 것이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사랑에 위기를 가했을때 이종원 처럼 그 결과에 처연하지 못하다 (어쩌면 자기가 자신의 사랑에 위기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서도 이 한 끗발의 차이.. 이 영화를 무척이나 새로워 보이게 한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 구조에서 더 나아가 인물간의 갈등에도 미세한 엇갈림을 보이는데,  왕과 호위 무사,그리고 왕후는 서로를 실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인식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행동한다. 왕은 극이 끝날때 까지 왕후를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는 씬을 단 한 컷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원나라의 태생이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으나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일이기도 한 후사를 위한일임에도 왕후를 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철저히 대외적인 원나라와의 관계의 개선을 위한 대처(가짜 합궁)를 보일 뿐 여인으로서의 정을 느끼고 싶었을 왕후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판단한대로 대외적인 관계로만 지속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인'인 호위무사 '홍림'에게도 자신이 홍림에게 느끼는 대로 홍림이 자신을 정인으로 여기기를 강요하며 그렇게 믿어버리고, 단지 대외적인 관계로만 존재하는 왕후에 대한 자신의 판단도 홍림에게 강요하며  왕후와의 동침후에도 대내적인 애정을 느끼지 않고 대외적인 관계로만 남는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럴것으로 믿어버리고 결국은 파국의 끝에 가서야 홍림에게 단 한번도 정을 느낀적이 없다는 비수를 맞게 된다. 반면에 왕후와 홍림의 왕에 대한 사랑은 그 감정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볼수가 없지만 오로지 왕에게만 감정이 갈수 밖에 없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대외적인 관계에 불과한 사이를, 단지 육체적인 탐닉의 결과에 불과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느껴 왔다고 볼 수 있다. 왕의 의중에 따라 대외적인 허울뿐인 사이였지만 왕후는 그것을 사랑으로 믿었고, 다른 대상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왕에대한 충성심으로 길러져온 홍림은 왕이 원하는 대로 육체적인 탐닉에 까지 자신을 바치는 충성심을 사랑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왕의 포커스에서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게 된 왕후와 홍림은 왕에게 쏟았던 감정을 서로에게 쏟게 되고, 왕에 대한 왕후의 사랑과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허울로서 왕후를 대했던 왕의 감정이 더해져 지속되어 왔던 왕과 왕후의 관계, 왕에 대한 끝이 없는 충성심과 왕의 홍림에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지속되어왔던 왕과 호위무사 홍림과의 관계 모두에 균열이 일어난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다음으로 중요한 한끗발은 홍림역의 조인성이다
. 바람의 화원 문근영의 신윤복이 많은 사람들로 부터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로 여성으로서의 내면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남성의 외연을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평이 많다. 이 영화의 키는 사실 조인성이 쥐고 있었다고 할 수있는데 표현의 역량의 문제를 떠나서 왕과 왕후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흐름으로 표현하는것이 가능 하지만 홍림이라는 인물은 극의 진행과 대상에 따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복합적으로 보여주어야만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성의 표현을 위한 문근영에게 또래보다 두드러진 '소녀성'이 있었다면 남성과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조인성에게는 두드러진 '소년성'이 있었다. 신윤복의 표현에 문근영이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성인으로 접어든 이후부터 그녀의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소녀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는데, 이전에 농익은 여성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그 반대쪽 끝에 놓인 '남성'을 표현하기가 어려웠겠지만 보다 중성적인 소녀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남성'으로서의 문근영을 사람들이 어느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원시원한 생김새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소년적인 감성의 표현에도 강점을 가졌던 조인성은 (보다 중성적인) 자신의 그 소년성을 매개로 해서 '남성의 대상'이 되는 홍림을 보다 거부감없이 전달 할 수 있었다. 최고 호위 무사의 강렬한 몸짓 속에서 언뜻 언뜻 스치는 여린 내면을 가진 조인성의 홍림 캐릭터는 two thumbs up!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하 감독은 참 액션신을 잘 찍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전의 두편의 영화 모두 뭔가 벌여놓은 것은 많은데 유별난 알맹이같은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권상우와 조인성이라는 특등급 재료를 가지고 보여준 액션신들은 최고였다.액션신 자체로도 뭔가 전형성을 탈피한 '한끗발이 다른' 장면을 보여 준 이 영화에는 그에 더불어 왕과 홍림의 감정의 표현의 전달 까지도  머금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장대한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만 극장 가서 봐야 한다는 편견을 깨준 영화이기도 했는데, 화려한 미술,세트도 그렇지만 초반 야외 연회의 습격 장면의 시작을 알린 화살은  극장안의 관객들을 모두 놀라게한 그 급작스러운 소리,효과로 급박한 그 상황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초반에 여성성을 먼저 보여주며 시작했던 홍림의 칼끝이 정말로 위태 위태 함을 느끼게 해준 효과는 화살 소리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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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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