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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23)방영 된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형'편에서는 고등 학생들의 여러가지 고민을 들어주는 든든한 형이 되어 보는 컨셉의 방송이 진행 되었다. 그런데 그 중 이윤석의 상담 부분에 대한 작다면 작은(?) 문제 제기가 기사화 되었다. 이어지는 글은 그 문제 제기에 대해서 3일 정도를 쉬엄쉬엄 생각해 본 결과물이다. 


1. 이윤석의 상담이 좀 아쉬운 이유는...

 만약 내가 이 학생 앞에 앉은 상황이었다면 일단은 고민의 실체에 대한 질문을 더 했을 것 같다. 

 '그래, 친구들끼리 껴안고 때로 볼에 뽀뽀도 자주하는데 문제가 되는게 뭐니? 넌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친구들, 혹 그 친구들과 너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시선이 걱정이 되는거니? 아니면 너 스스로도 남자들끼리 그런 스킨십이 지나치다고 생각이 드는데 때때로 너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게 걱정이 되는거니?'
 
학생의 고민에 대한 답은 고민의 실체가 더 명확해진 다음에야 좀더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해오던 행동들이 고민이 된다는건 그런 행동들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나 반응에 대한 염려라거나 스스로의 이성과 감정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에 대한 걱정일 텐데,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른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의 시선이 문제라면 어떻게 타협 할 건지 혹 이겨낼건지가 가장 중요한 맥락이겠고, 후자라면 이윤석의 상담 정도라면 썩 괜찮았다고 본다. 물론 대화중에 남자가 좋은것과 그냥 불편하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은 반반이다, 그래도 여자가 더 좋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혹 그런 언급이 생전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의 고민을 얘기해야 하는 사춘기 소년의 주저함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 해 본다면 학생의 감정이 좀 더 동성애 쪽에 가까울 가능성에 대한 조언도 언급이 되었어야 하지 않은가 싶다. 정말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방송 녹화에서 털어놓는다면 그건 곧 공중파에서의 커밍아웃에 다름아니기 때문에 이 학생이 실제로 동성애적 성향을 갖었다 하더라도 방송된 화면 이상으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는 못했을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윤석은 잠시 흘러지나가는 감정이라는 식의 언급만을 했기 때문에 썩 모나지는 않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고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이는 그에대한 조언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윤석의 조언이 한계를 띈데는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그 학생에게 책임이 있는것이고,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 하기에는 다수에게 공개가 되는 방송의 녹화중이었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문제가 되는 거라고 본다.

그러나 이윤석의 상담이나 제작진의 자막 보다도 이 학생의 고민이 방송을 타는 시작 부분에서의 방청객의 웃음소리와 수근 수근대는 소리가 정작 문제다. '남자가 가끔 예뻐 보여요'라는 고민에 대해서 우습게 생각하는 반응들이 웃음소리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성애자체가 우습게 취급되는 것에 대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더구나 별 특별한 목적도 없는 방청객의 현장음을 굳이 쓰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텐데, 그 웃음 소리와 수근 수근 대는 소리로 이미 이 소년의 고민은 웃음거리라는 전제로 시청자들 앞에 나서게 되었다.


2. 그럼에도 이송희일 감독의 지적이 불편한 이유는...
 
 이 부분 역시도 학생의 고민의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이 커밍아웃에 가까운 입장을 보인 상태에서도 이윤석의 상담이 '시간이 약이다'라는 식으로 나왔다면 그건 분명하게 폭력일테다. 그러나 내가 방송만을 보고 느끼기에는 혼란스러움 자체가  학생의 고민거리였고, 이윤석은 그 혼란스러움에 대한 조언을 해 준것이다. ('동성애'라는 단어의 정의에 따라 달라 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윤석의 상담을 받은 학생을 '동성애를 고민하는 한 학생'으로 보고 이에 대한 이윤석의 상담을 '폭력적'이라고 보는것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혹 어떤 한계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서 드러난 학생의 행동들만을 가지고 그 행동의 이유를 '동성애'때문이라고, 동성애를 고민하는 거라고 하는건 상당부분 자의적인 해석이 아닐까? 그렇다면 전제부터가 잘못된 중언부언이 될 수도 있는거다. 더불어 '순수한(?)'고민을 가지고 상담을 했던 학생에 대한 폭력일 수도 있는 것이고.

  많은 딸 들은 아버지를 첫 남편감으로 여기기도 하고, 나 역시도 초딩 때 일년에 한 두번 보기도 어려운 사촌 누나에게 이성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기억이 난다.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어렸을 적의 이런 기억들 한두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테다. 그렇다고 그런 기억을 가진 사람들 전부가 '근친혼에 대한 고민'을 경험 한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 아빠랑 결혼 할 꺼야' 하는 꼬맹이를 두고 근친혼의 유전적,법적 문제에 대한 강론을 펼쳐놓아야 하나? 물론 이 사례의 학생과 고민이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꼬맹이 딸내미들과 비교선상에 놓이는게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맥락은 과히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금 이 학생에게 필요한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자기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에 대한 확신이며, 혹여 정말 도움이 될 조언은 그 이후에라야 가능하다. 지금은 그 확신을 가질 방법이 필요하고 그 방법은(고민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가 동반 된) 시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 중에도 그런애들이 있었으며 지금은 애낳고 잘 살고 있다는 이윤석의 덧붙임도 이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문제도 큰 고난없이 해결 될 수 있어' 라는 식의 하나의 지름길을 가르쳐 준것. 마치 바로 전의 학생에게 정 풀리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를 하고 다른 부분에서 점수를 더 올릴생각을 하란 말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라,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간 단락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건 학생들이 습득해야만 하는 지식이라는 의미인데 최대한 노력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는 못할 지언정 해보다가 안되면 깨끗이 포기해 버리라니, 이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이 조언을 옳고 그름을 나누어 옳음의 범주에 넣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발등의 불 때문에 쩔쩔 매는 사람에 대한 조언이라면 도움이 될법도 한 조언인 거다. 과연 이런 조언을 한 이윤석을, 그렇게 공부 하겠다는 학생을 욕할수 있을까? 옳음을 실천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들의 잘못을 꾸짖기란 쉽지 않다. 그 정도의 정도를 벗어난 흠결없이 산다는게 지극히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더 좋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살 것에 대한 걱정,염려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고민에 접근 했다는 전제아래) 이윤석이 과거에 경험했던 '그런애들'에 대한 언급도 이에 가깝다. 혼란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혼란을 겪을 수 있고, 혼란을 겪는다고 다 동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그런 혼란을 겪고도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니 혼란 자체를 너무 두려워 하지 마라 라는 식의. 물론 두려움 없이 맞이한 혼란의 결과로 자신이 동성애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해줬더라면 아주 '옳은' 행동을 한것이겠지. 그러나 그 결과로 동성애자의 험난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 시키는 것이 혼란 자체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는 일일까? 친밀감을 가지고 접근한 이 소년이 좀더 편안한 길을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심하는 방향으로 가자'라고 했다고 볼 여지는 별로 없는걸까?

더구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도 없는 학생에게 동성애자로의 선택에 대한 조언을 방송에서 대놓고 해야 한다는건 이윤석이 아주 뜨거운 주제에 있어서 '투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윤석은 혹 비겁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성애자 진영'과 '동성애자 진영' 사이를 잘 피해가며 방관자적 위치를 고수 했을 뿐이다. 어떤 주제에 있어서도 극과 극은 소수일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은 어중간하게 그 충돌을 피하려 한다. 그런데 왜 이윤석은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 그에 따르는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나? 결국 대세가 어떻게 이루어 지느냐는 어느 진영이 중간층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다. '동성애자 진영'에서는 이윤석이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동성애자 진영에 유리한 활약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윤석이 그 진영으로 부터 비난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조금 냉정하게 봤을 때 그건 자신들의 몫이므로.






#1. 동영상을 첨부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대신 kbs의 다시보기는 무료. 회원 가입만 되어있다면 아무 문제 없이 다시 보기로 이 부분의 영상을 살펴 볼 수 있다. '남자 그리고 형'편의 약 49분40초 정도부터 이 부분의 시작이다. 
 
#2. 이송희일 감독의 트위터. 이에 대한 몇개의 글이 더. 










Posted by 어린쥐™